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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0. 2023

8.멋진 내 동생 May!

홀로서기 頑張って

May,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2011년 일본에 후쿠시마 지진으로 인해  쓰나미 피해와 원자력 누출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있던 때였다. 그때 그녀는 용감하게 두 달이나 자기 스케줄 빼고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용감하고 독립심이 강한 그녀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나랑 외모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다들 자매냐고 묻기도 한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무작정 미국을 홀로 와서 조종사 자격을 따고 다른 항공사에서 일을 하다가  더 큰 우리 항공사로 이직을 한 것이다. 채구가  작고 동양여자라서 그런지 가끔 승객들은 무례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했니? 그렇게 작아서 비행기는 조종할 수 있니? 나이가 든 중년 남자들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무리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무식한 놈들이다.


예전에 May가 조종사 수업을 할 때 만난 동료 조종사가 나의 비행기에 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가벼운 수다를 나누는데 혹시 캘리포니아 승무원들이냐고 묻는다. 자기 친구가 오클랜드에 부기장으로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가 그녀를 많이 닮아서 생각난다고 한다. 혹시 May? 그는 어떻게 알았냐고 놀란다. “ That’s my sister” 정말 닮았나? 같이 셀프사진을 찍어서 May에게 보냈다. 우린 다 같이 반갑게 짧은 비디오 영상 통화를 했던 기억도 난다.


그녀는 Berkeley에 살고 있었다. 첫 비행을 같이 할 때 “언니! 언니” 하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비행을 마칠 때쯤엔 진짜 자매가 된 듯이 친해졌다. 그 이후 우린 비행 스캐줄이 맞으면 종종 밥을 같이 사먹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아이를 무지 가지고 싶어 했다. 결혼할 상대가한동안 없을때 불안한 마음에 난자냉동을 하기도 했다. 그 후 1년 뒤 지상에서 일하는 사내 남자를 만나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더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남자는 11살 연하였다. 조종사가 되고 싶어 했는데 May가 남편을 이끌어 주어 결국엔 조종사 자격증을 획득하게 되었다.  남편이 조종사 자격증을 딸 때쯤 May는 임신을 했다. 누구보다도 기뻤다.  


그런데 몇 달 후 May가 할 말이 있다고 만나자고 한다. 평소에 그런 말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 조금 걱정도 되고 두려웠다. 어디 아픈가?

May는 조리 있게 말하는 성격이라 가만히 몇십 분 듣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남편이 첫 직장,  예전 May가 일했던 항공사에서 승무원이랑 바람이 난 것이다. May가 임신한 상태에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의심이 되는 중 우연히 남자의 신용카드 내역에 70 만원 가량의 호텔 비용이 있는 내역을 본 것이다. 다그쳐 물었지만 격하게 부정하는 남편. 그녀는 옛 동료 기장에게 남편의 스케줄을 체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한 승무원이랑 몇 달 내내 비행 스케줄이 같은 걸 보았다고 한다. 결국엔 꼬리가 잡힌 것이다.


그녀는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남편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 그를 용서하기로 하고 부부간의 거리만 두기로 했다. 예쁜 딸을 낳았다. 가장 소중한 순간에 혼자가 된 것이다. 아이는 건강하고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결국엔 그녀는 그토록 원하 던 자기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남편은 몇 번의 외도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그녀는 Dallas, TX로 이사를 갔다. 캘리포니아는 아이 보모가 엄청나게 비싸다. 경비가 적게 드는 텍사스로 가서 집을 사고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몇 달 전 날씨관계로 비행 스케줄이변경 되면서  우연히 달라스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 새벽 비행을 나가기 전 혹시나 해서  May에게 안부 연락을 했더니, 반가워하며 자기도 지금 공항 가는 중이라고 한다.


우린 그렇게 공항에서 스피드 데이트를 했다. 얼마 전 드디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었는데 실제로  어깨에 네 개의 줄이 있는 기장 셔츠를 보니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정말 자랑스럽다. 나란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익숙한 친구가 반갑게 다가온다. 옛 동료 아니타!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사를 온 것이다. 남편은 기장이다. 두 부부가 항상 같이 비행을 하는데 한동안 얼굴이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니타의 남편도 May를  잘 안다.  오른쪽 좌석에서 왼쪽 부기장으로 자주 같이 비행을 했으니까.  반갑고 축하할 일들이 많은 하루였다. 아니타는 중국여자다.  마크가 “Oh wait! China, Japan  and Korea! “ 우린 그의 재치 있는 농담에 한바탕 웃었다.


다음 약속을 기대하며 각자의 비행기를 찾아서 제각기 갈 길을 갔다.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우린 또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 언제 그랬냐듯이 또 그렇게 남은 이야기들을 채워 갈 것이다. 오랜 된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구속을 하지 않는다. 우린 서로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한다.


May! 그녀의 홀로서기를 응원한다! 파이팅! 頑張っ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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