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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6. 2023

18. 승무원의 배우자

Marry me, fly free

남편은 얼떨결에 싱글 아빠가 되어야 했다. 첫아이가 세 살이 되면 무조건 일을 한다고 했고, 물가가 비싼 샌프란 시스코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둘이 벌어도 모자랄 형편이었다.


단지, 내가 승무원이 될 거라고는 상상을 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유럽과 한국에 살면서 여행도 많이 했고 평상시 취미 생활도 많은 사람이다. 아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면 딱히 거부하거나 반대를 하지 않는다. 둘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심할때였다.  다섯 살과 사 개월 갓난아기를 두고 혼자서 유럽을 2주를 가고 싶다고 했더니, 등 떠밀어 가라고 한 사람이다. 주변사람들은 나를 미친년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들은 모른다. 그 여행이 나에겐 목숨을 연명해 주는 끈이었다는 것을.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된 것은 남편덕이다.


우린 동료 의식이 크다.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말 그대로 군대에서 짬밥 한솥밥 했다고 하는가? 끈끈한 우정을 키웠다. 서로 번갈아 가며 육아보초를 섰다. 남편은 일주일 캠핑이나 낚시, 난 가끔 주말에 여행을 갔다.


보초서는 일이 익숙한 남편은 비행초기 때 조금은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도 덕분에 아빠와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다. 남편의 입장에선 내가 일을 가면 나 혼자 만의 시간이 허용되는데  자기는 출퇴근이니 그런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남편 좋아하는 취미를 하라고 남편이 쉬는 날 나도 싱글엄마를  자처한다.


남편같이 싱글아빠가 익숙한 사람도 있지만, 배우자가 승무원이라는 것에 많이 거부하는 파트너를도 꽤 있다. 한 승무원은 입사 일주일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남편의 불만과 의심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고 그만두었다.


배려가 없는 바톤 터치가 힘들어 이혼률도 높다. 또 바람 잘 낫 없는 커플들도 많다.  싱글들도 많다. 승무원의 스케줄을 이해를 못 해서 오해가 생기는 커플들도 많다. 승무원의 배우자들은 이해심이 있고 독립심이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이면 더 좋다.


우린 농담으로 승객들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Marry me, fly free” 결혼해주세요 그럼 공짜로 비행기 타요.

승무원의 배우자들은  외로울 때도 많을 것이다. 다만, 연륜이 쌓이면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놀 수도 있다. 배우자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남편과 아이들은 가끔 내게 비행 언제 가냐고 묻는다. 휴가라도 있으면  한달을 가족들과 같이 보낸다. 평상시 한 달에 열흘 정도 비행을 하니  나머지 스무날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엄마! 비행 언제가? 왜? 어디 싸돌아 다닐려고???


그리고 비행기가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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