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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5. 2023

17..Work Husband

센 언니들

일을 하는 직장에서 마음이  잘 맞는 남자 친구를 Work husband이라고 한다. 나의 Work husband은 여러 명이다. 스케줄 변동이 많고, 아이들의 스케줄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친구들과 비행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다. 그래서 매달 다른 Work husband와 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Work husband 들은 다들 게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언니 삼촌들이 무지 많아졌다. 그녀들은 다들 자식이 없는 관계로 아이들을 보면 용돈도 주고, 선물도 주고, 때론 맛있는 쿠키나 케이크도 구워주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꼭 이모나 삼촌이라는 호칭을 쓰게 했다. 미국은 호칭이 너무 가벼워서 친구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내가 아프면 요리도 해주고, 쇼핑도 같이 가주고, 나의 찐 남편이 싫어하는 공연도 같이 가고, 찐 남편과 싸우는 날이면 같이 씹어주며 위로해 주는 언니들이다.


비행을 가면 나의 스트레스는 이 언니들이 풀어준다. 언니들은 다들 사연이 많다. 게이로 살면서 가족들의 거부로 인해 상처받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슴이 아플 정도이다. 또, 내가 아는 세계가 모르는 음흉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나이트도 데려가 주고. 몰래 성인영화 보다가 들킨 사춘기 소녀 기분도 든다.


한 언니는 대학 때까지 친한 여자 친구와 가짜 연애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여야 했다. Nick 언니는 남편과 36년을 같이 있으면서 자기가 굳이 게이라고 말하기 싫단다. 굳이 변명하기 싫다고.  Max 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밝히지 않겠다고 한다. 상처받기 싫어서.  


언니들은 승무원일을 포기하지 않게 버티어 주게 만들어 준 든든한 나의 Work Husbands들이다.


내 찐 남편은 센 언니들의 지지도 많이 받는다. 남자 형제가 없는 찐 남편은 이 언니들이 그의 편이 되어 주기라도 하면 거만해진다. 때론 나에게 언니들은 여동생을 꾸짖듯이 조언을 해준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남성호르몬이 있으니 가끔은 찐 남편을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께 반가운 목소리가 아침을 울렸다. Clayton의 메시지다. “ Honey, I am in S.F. I will take you out for breakfast this morning. Are you up?”

( 허니, 나 샌프란시스코에 있어. 밥 사줄게. 일어났어?)


아침부터 꿀 떨어진 목소리로 누가 나에게 “ Honey”라고 하겠는가? 우리 찐 남편은 절대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알딸딸하지 않는 이상? 맨날 술을 퍼 먹일 수도 없으니.


Clayton은 다른 항공사 승무원인데,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언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내시빌에 산다. 우리 남편은 얼씨구나 잘됐다 한다.  오늘 할 일도 많은데 나랑 놀아줄 사람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한다.


나의 찐 남편은 이렇게 나의 센 언니들이 고맙다고 한다. 마누라랑 놀아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밥 사주는 잘생긴 언니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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