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Oct 19. 2023

승무원의 자격

되새김

전자 담배는 가지고 탈 수는 있지만, 사용금지입니다. 와인 오프너는 가져오실 수 있어나 와인병을 오픈하지는 못합니다.


비행기를 타려고 검역을 지나가다 총기나 칼 그리고 가위 또는 망치 같은 공구들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가방에 싸들고 와서 낭패를 보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911 전후로 바뀐다.


어느 날 남편이 출장을 가던 길이었다. 남편의 직업은 경찰이다. 승무원이 된 내 운명도 웃기지만, 남편이 경찰공무원이 된 것은 더욱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한동안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으로 자주 출장을 가던 때였다. 업무상 일을 하러 가면 총을 차고 비행기를 타는데, 바닥에 뭔가를 떨어트려 주우려다가 허리춤에 찬 총이 셔츠 밖으로 드러났나 보다.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숨을 “헉” 하고 쉬는 소리가 들려 간신히 조용히 베지를 보여주고 달래었단다. 사실 아내 입장에서 보는 내 남편은 애 같다. 할머니를 놀라게 한 남편의 어설픈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내 남편의 심각한 모습을 상상을 하기가 조금 힘들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항공사들의 철저한 백그라운드 체크와 검역이 굉장히 까다로워졌고, 시민들이 모두 촉각을 세워 주위를 살피고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소리와 냄새 그리고 시각에 민감해져 많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해지고, 아랍어가 들리면 긴장을 하고, 탄약냄새 같은 냄새가 누군가에 나더라도 모두 공포에 떨곤 했다.


각종 인종차별과 정치적 의견차이로 가족들과 헤어지고 친구들과 다툼이 생기고 이념이 틀려 직장 내에서도 종교차이로 다투기도 했다.


아랍계 남성들이 비행기를 타면 은근히 눈치를 주고 승무원들에게 살펴보라고 괜스레 간섭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사실 그들의 공포를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 테러범이야 라고 선포하며 다니는 사람들은 없다.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한 승객은 아랍 남성이 아랍어로 전화를 대고 얘기한다고 수상하다고 난리 치는 승객도 있었다. 영어로 하라고 소리를 치면서…..


공항 쓰레기통에서 이상한 브리핑 가죽가방이 발견되었다고 폭파물일 수 있다고 공포에 떨면서 다들 대피시키고 경찰견과 폭파물 제거 요원들을 배치하고 전쟁통을 치르고 난 후 알고 보니 누군가가 버리고 간 빈 브리핑 가방이었다.


그들의 공포는 그렇게 심약한 사람들의 마음속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이제 또 한 번 전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또다시 서로의 이념을 주장하며 다툰다. 그사이 시민들은 초조함과 공포로 그들의 마음을 서시히 채우며 갉아 먹힌다.


승무원 직업은 인간을 차별하고서는 이 직업을 즐겁게 오래도록 할 수 없다. 승무원은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가장 큰 실수가 사람을 나 혼자만의 가치관에 가두어 놓고 대하다 보면 실수가 생긴다.


심약한 우리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다지고 사람들을 열림 마음으로 대하자는 마음 가짐이 특히나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지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