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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8. 2023

21. UM

아이들의 눈물

Unaccompanied Minor

보호자 없이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어린아이들


미국은 여름 방학이 길다. 12세 미만 어린이들이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많은 이유로 이동을 한다. 아이들은 조부모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이혼한 부모사이에서 양육문제로 번갈아 부모집을 가기도 한다.


비행기가 기상문제로 다른 도시에서 연착되어 11살 남자아이가 혼자 남는 난감한 상황이 생겼다. 승무원들과 기장들은 아이를 혼자 호텔방에 둘 수 없었다. 아이가 미성년자라 보호자가 있어야 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기장이 데리고 잘 수도 없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변호사 천국이다. 나라가 크니 부모들이 차를 끌고 올 수도 없다.


결국엔 부모의 동의서를 받아서 한 승무원의 호텔방에서 데리고 잤다.


10대 싱글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못해 캘리포니아 할머니 집에 맡겼는데, 할머니도 건강 악화로 더 이상 볼 수없다고 아이를 무작정 애틀란트로 가는 비행기에 태운일도 있다. 아이들이 승무원의 보호로 혼자 여행할 수 있는 나이는 만 5살부터 11살이다. 아이는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아이였다. 5살이라고 믿기엔 너무 어려 보이고, 아마도 나이를 속였을 것이다.


너무 화가 났다. 아이를 직항으로 태우지도 않고 세 번이나 거쳐서 가는 비행기를 태우고 간식거리도 하나 싸지 않은 것이다. 아이는 10시간의 고된 시간을 참아야 했다.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아이, 난 비행기에서 그 아이의 엄마가 되어야 했다.  마지막 비행에서 아이는 퇴근하려고 탄 한 기장에게 부탁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분노를 누르고 도착해서 아이의 엄마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엄마는 식당 작업복 차림으로 아이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아이를 보자마자 붙들고 울었다. 우린 아이를 껴안고 같이 울었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가끔 그 여자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는 11살 여자아이다. 언뜻 겉으로 보기엔 고등학생으로 볼 수도 있다. 키가 크고 성장이 빠른 아이였다. 겁먹은  표정이 자꾸만 떠오른다. 부모의 이혼으로 제일 많은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다. 때론 부모가 재혼을 하면서 두 번째 상처를 받는다.


새아빠가 나온다고 말하면서 불안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떠 오른다. 아미도 나의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새아빠가 나쁜 사람일 거라는 소설을 쓴 것일 수도 있다.


도착해서 새아빠를 만나는데, 난 새아빠의 눈길이 잊히지 않는다. 그의 살기 있는 눈길과 감옥 타투 Prison tattoo들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짐작이 맞을 수도. 아이의 어깨가 떨리고 동공이 흔들린다. 그 아이를 잡고 싶었다. 아이도 나를 잡고 싶었을 것이다.


난 아이의 손을 놓아야 했다. 아직도 내 마음은 불편하다. 놓지 말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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