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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7. 2023

20. 20억을 꿀꺽 삼킨 비행기

현금 20억 돈방석에 서 본 여자

시애틀에서 잠시 정차를 하는 동안 간식거리를 먹으려고 터미널에 후다닥 나갔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뭐라도 먹지 않으면 나의 불쾌지수는 금세 0에서 10으로 올라간다. 도저히 배고픔은 못 참아!


시애틀은 연어크림수프다. Salmon chowder! 원래 크림이 들어가고 조금 무거운 음식을 싫어하는데, 이 수프는 고소하고 짭조름해서 좋다. 뱃속을 크림수프가 잘 감싸주어서 속도 편하다.


문제는 게이트에서 그 식당까지 가려면 100미터 빨리 달리기를 발휘해야 하는 상항. 불편한 유니폼에 하이힐을 신고 뛰어야 한다. 승객들의 눈에는 비행기를 내팽기치고 어딜가지? 자기들 비행기 지연되면 어쩌지? 하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해서 잽싸게 달려야 한다.


후다닥 나가려는데, 게이트 직원이 잠시 불러 세운다. 비행기가 짐칸에 물건을 싣는데 조금 지연될 테니 여유 있게 다녀오라고 한다. 왜? 뭘 싣는데? 그건 말할 수 없다며 무슨 007 작전하듯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윙크를 한다.


에라 모르겠다! 나의 목표는 연어수프다. 저녁때가 지나서 그런지 줄이 길지 않다.  온 김에 스프랑 오징어 튀김도 덤!  오징어 튀김은 냄새가 나서 조금 애매 하긴 한데, 가면서 먹으면 되니까? 양치질 잘하면 되니까.


아직도 짐을 싣는지 동료 승무원이 보여줄 게 있다고 뒤쪽 주방 문을 열어준다. 뭐야?

웬 양복을 잘 빼입은  중년 남자가 짐칸에 서성거리고  있어?  그 뒤에는 Men in Black? FBI? 같은 건장한 사내들이 양복을 차려입고 그 남자 뒤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오 마이갓! 쌀봉투 20kg 정도 투명한 봉투에 웬 돈뭉치가?!!!! 비행기의 트렁크로 스르륵스르륵 하나둘씩 들어가고 있다. 그 남자는 매직펜으로 돈 봉투를 하나둘씩 체크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몇 봉지가 들어가는지? 가만히 보니 20불짜리 돈뭉치가 여러 개가 들어있다. 그 돈의 정체는 모르나 뭔가 나도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정말 그렇다고 저 많은 돈을 승객이 타는 비행기로 이동을? 하긴 뭐든 못하랴?


동료와 난 그런 상상도 해보았다. 만약에 갑자기 트렁크가 하늘에서 열리면 그 돈뭉치 떨어지는 집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혹시 어쩌다가 밀려서 잊어버리고 한 봉지 안 가지고 가면?  


우리 승객들은 당신들의 발 밑에 현금 20억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20억을 삼킨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우린 가고 있다. 난  돈방석에 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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