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친구가 연말 파티를 오라고 문자가 왔다. 승무원 부부인데, 내 친구는 몇 년 전 해고를 당했는데 부당한 해고로 아직까지 법정싸움을 하고 있어 안타까워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것 같다. 아내는 타 항공사에서 38년이나 승무원일을 하고 있는 짬밥이 있는 승무원이다.
친구는 쉬면서 집을 리모델링을 했는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바를 만들었다. 조금 늦게까지 있을 것 같아 남편을 두고 혼자 가기로 했다. 친구에게 큰 힘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나마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다.
필요한 거 있나 하고 물었더니, 소주! 하고 문자가 왔다. 농담반 진담반이라는 걸 안다. 한국슈퍼를 들려서 소주 박스를 들고 갔다.
언제나 걸걸하게 웃음을 짓는 친구이다. 일부러 나 좋아하는 굴도 샀다고 이렇게 대접을 해준다. 뒷마당에 쌓여있는 나무들을 보며 감탄을 하니, “ 네 남편도 나무 때우는 거 좋아하지?” “ 몰라! 나무도 비싸서 어지간히 때우라고 하는데, 거의 맨날 때우니 속 터져 죽겠어”라고 친오빠한테 하듯 불평을 늘어놓으니 다들 깔깔거린다. 친구도 지인농장에서 가져온 나무들이라며 다음에 같이 가자고 한다.
친구는 나무를 내 트렁크에 잔뜩 실어준다. 소주박스 가져갔다가 10배로 받아오다니. 가는 미음이 진심인걸 아는지 오는 마음도 진심이다. 고맙다.
남편은 신이 나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장작 패기룰 한다. 잘 정리된 꽉 찬 나무들! 참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