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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02. 2023

26. 승무원 엄마

나의 직업은 엄마이다.

오전 일찍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다음 비행 스케줄에 맞혀서 호텔에서 체크아웃 준비 중이었다.


Virginia: Are you at work?

Me: Yes? What up?

Virginia: I saw your daughter at the wrong campus.


아이의 학교는 저학년과 고학년 건물이 다른 곳에 위치되었다. 설날 행사를 한다고 한복을 입고 저학년 건물에 가야 하는데, 남편은 아마도 평상시대로 등교하는 곳에 내려 주었을 것이다. 어제저녁때까지 말해주었는데. 난감하다.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했더니 다시 아이를 픽업하러 간다고 한다. 아이의 학교는 한국어 반이 있는 Korean immersion 학교이다.


이렇게 가끔 다른 엄마들에게 핀잔아닌 핀잔을 듣는다. 승무원의 엄마는 남편과 아이를 방치한다는 눈치를 봐야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셔츠를 거꾸로 입고 가거나  도시락이 부실하거나 머리도 비대치로 묶어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다들 내게 묻는다. 비행 갔었냐고.


남편은 최선을 다하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아님 그냥 내 남편이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이 생긴다.


남편은 유유하다. 아이들에게 싫은 소릴 못하고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뭐든지 다 들어주는 예스맨이다.  그래서 승무원 엄마는 영상통화를 하면서 까지 훈육울 해야 한다. 남편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라고 협박을 하곤 했다.


큰아이가 만 세 살일 때  한 달을 넘게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에는 정말 미안하고 너무 힘들었었다. 남편 덕분에 잘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었다.


승무원 엄마는 비행 전 일주일 먹을거리를 요리를 하고 간다. 비행 전날 슈퍼 가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루종일 한다.  남편은 요리에 소질이 없다. 처음 비행 할 때 중국음식이라도 시켜서 밥을 챙겨 먹이라고, 그것도 한계가 있지.  아빠가 집에서 있으면 고기 없는 스파게티, 핫도그, 일회용 마카로니 치즈 그리고 무제한 당충전이다.


승무원선배가 입사 초기 때 한 조언이 있었다. 난 그녀의 한마디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 남편이 아이를 봐주는 건데, 넌 행운이야.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들이잖아. 아이들이 며칠 그런 음식을 먹는다고 나빠지진 않아. 네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설거지가 쌓여 있어도, 청소를 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고 살아 있으면 되는 거야”


살아 있으면 되는 거야. 그래 아이들은 강했다. 그 수많은 아이스크림에 쿠키들을 먹었는데 탈도 안 나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했다. 그래 일부러 한두 끼 굶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실컷 먹으니 얼마나 좋을까나.


승무원 엄마는 그런 죄책감에 때론 비행 스케줄 조절을 해서 집에서 쭉 보낸다. 어릴 때는 생일 파티도 열심히 해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방치된다고 누군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여행도 가고 공원에 가고 많은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우리 엄마 승무원이에요라고 하면 아이들을 축은하게 보는 눈빛이 없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에 이쁜 옷들도 입히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다.


승무원 엄마는 선물도 많이 사 온다.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나 물건들이 있으면 꼭 하나씩 산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텍사스에서 카우보이 모자도 사고, 내시빌에서 부츠도 사 오고, 필라델피아에 가면 레드벨벳 케이크도 사 오고, 시애틀을 가면 스타벅스 텀블러도 사 오고, 샌디에이고룰 가면 돌고래 인형도 사고, 하와이를 가면 이쁜 가방이나 셔츠도 사준다.


승무원 엄마는 엄마가 본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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