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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09. 2024

태극기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 어디서 왔어요?”  한 남자 승객이 윙크를 하며 추파를 던진다.


” 맞혀보세요! 아주 쉬워요.  여기 가슴에 국기를 달고 있는데?”


“ 태국?‘  옆좌석에 앉은 여자분이 “한국‘이라고 한다.


“ 어디? 한국?’  남자는. 그냥 성의가 없다.


“ 저기요. 한국전화기 쓰시죠? 한국 텔레비전 보시죠? 한국 자동차 기아 알아요? 이 정도면 그 나라 국기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 때론 승객들의 성의 없는 농담에 발끈해지는 경우가 있다. 무식한 놈!


난 한국의 국기를 항상 달고 다닌다. 처음 승무원 직업을 했을 때부터 제일 먼저 태극마크가 있는 핀을 구해서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이 이민을 와서 모여 살지만 국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재킷에 국기를 달아주었다. 그리고 태극기를 항상 만들어 참전용사들의 무덤에 다녀오곤 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보니 나라가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낀다. 나라가 없어져서 망명을 하는 이민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돌아갈 나라도 없을뿐더러 하물며 어디 나라사람이라고 말을 아끼는 사람들도 보았다.


중등부 어린 악단들이 단체로 비행기를 탑승한다. 아이들의 이름을 보니 한국이름들이 꽤나 많다. 반갑다. 얼마나 다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연습을 했으면 단체로 초대를 받아 공연을 하러 간다고 한다.


마지막 기내방송을 한국말로 응원해 주었다. 다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한국의 핀을 보며 중년의 한 고객서비스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어머! 나도 똑같은 한국국가핀 있어 “


” 한국을 잘 알아요? “


” 아들이 한국에 군대 배치를 받아서 잘 알고 있어 한국 너무 좋아 “  


기장이 내 머리 뒤편에서 거든다. ” 나도 한국에 오산에 있었어. 한국음식 너무 좋아해서 우린 자주 불고기 요리해서 먹어 “


“ 어! 난 이번에 기아차 살 거야! 너무 예뻐” 부기장이 거든다.


나의 가슴에 달린 국기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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