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얼마 전 어린 승무원이 묻는다. “ 이찌, 넌 언제 정년 퇴직할 거야?”
주름이 늘었는지, 요즘엔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다. “ 왜?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냐?”
당황한 그녀가 “ 어머 아니야, 미안해 그런 의미로 물어본 건 아닌데….”
농담이지만, 은근히 진심이 드러나는 나의 자격지심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을 심각히 생각하게 된다. 승무원으로 20년을 꽉 채웠고 나이도 이제 5학년을 접어들었다. 나의 퇴직금도 꽤 불어났으니 가끔은 로또 맞은 기분으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가, 라인강을 따라 우아하게 걷다가, 또는 정글을 헤치며 원주민과 어울리는 내 모습들을 상상을 해본다. 내 남편은 마음은 벌써 정년퇴직을 한 사람이다. 될 되로 되라는 건지 요즘은 그냥 신나게 노는 생각만 하고 몇 년을 버리지 못한 것들도 이젠 스스럼없이 버린다.
” 난 앞으로 10년만 아니 7년 아니 운 좋으면 5년만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일하고, 나만의 시간을 아주 많이 가질 거야.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낸 시간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나에게도 돌릴 거야 “
그녀가 웃는다. 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소중한 그 시간의 의미를 알까? 사람들마다 각자의 시간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시간이란 뭐랄까? 쌀통에 쌀을 가득 채우며 저걸 언제 다 먹지 하다가 어느 순간 열어보면 텅텅 비워져 갑자기 패닉이 오는 그런 의미다.
“ 난 열쇠가 하나만 필요한 내가 떠나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생물이 없이 사는 게 소원이야. 밥그릇 두 개, 숟가락 두 개, 젓가락 두 개 그리고 접었다 폈다 상도 되고 책상도 되는 그런 네모난 접이식 상 하나만 있으면 되는, 그런 공간”
사실 거실에 TV를 없앤 지가 벌써 10년은 되어 가는 것 같다. 남편과의 기싸움에? 아주 착한 사람이라, 집안의 여자들과의 기싸움에 그가 지는 것은 거의 90%이다. TV만은 아니라고 몇 년 두고보다 결국엔 그도 포기를 했다. TV를 없앤 것이 시작점이다. 나의 시간을 나만의 공간을 조금씩 1%로 씩 적금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미국에선 승무원의 정년퇴직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Retire from your job,but never retire your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