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의 승무원 일기
“ 안녕 산드라, 정말 오랜만이야” 그녀는 노령의 승무원이다. 얼마 전 84세의 생일을 보냈다며 미소를 짓는다. 존경심도 들고 걱정도 든다. 내 나이 이제 50이라고 정년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철없는 아이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길이 부담스럽다.
씩씩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모습은 유니폼을 멋지게 입은 모습이 정갈하고 단정하다. 우리 항공사 유니폼이 저렇게 멋있어 보이나? 의문이 들정도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얼마나 정성스럽게 화장을 했는지, 대충 빨간 립스틱 하나로 때우는 나의 게으름이 드러나 또 한 번 창피하다.
“이찌, 정말 오랜만이야. 잘 있지? 남편은? 애들은?” 그녀는 따듯하게 모두의 안부를 묻는다.
그녀는 승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나이를 먼저 알린다. 그럼, 대체로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오빠나 언니들이 없다. 조금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도 대체로 그녀보다 어린 동생들이다.
“ 어이 동생, 나도 이러고 다니는데, 젊은 동생이 그러면 안돼! 내가 가방 들어줄 테니 천천히 걸아봐” 언니, 누나 동생 하면서 누구든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고 모자를 벗어 경례를 하거나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두 손 모아 안아주거나 하며 승객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남편이 해외로 자주 발령이 나는 시절 유럽의 여러 군데에서 살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다가 남편의 먼저 작고한 이후 지루한 생활에 벗어나고파 승무원 일을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승무원이 되는 것은 그녀의 꿈이라고 했다. 남편 뒷바라지에 애들 키우느라 이루지 못한 그녀는 늦깎이 승무원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그녀의 선배이다.
승무원 직업이 그녀에게는 정년퇴직인 것이다.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사는 손주 손녀들도 자주 볼 수 있어 오히려 돈 벌고 돈 아끼고 일석이조인 것이다.
미국에서 승무원에게는 나이 제한이 없다. 군인이나, 경찰 그리고 소방관들에게 인기가 많은 직업이기도 하다. 그들은 대체로 일찍 직업을 시작하여 40이나 50이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생긴다. 의료혜택 보험을 커버하기 위해서나 다른 혜택을 받으며 지루한 일상을 다시 채우기 위해 제2의 삶을 위하여 항공사나 호텔등 혜택이 많은 직업을 찾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하면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다.
산드라는 그 반대다. 그녀는 여행을 이미 아주 많이 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리운 것이다. 60이 되는 나이에 새롭게 승무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녀의 도전이 또한 존경스럽고 만 하다.
위싱턴 D.C주변에 있는 박물관의 선문가게에서 조그만 벚꽃 열쇠고리가 참 예뻐 생일 선물로 하나 사주었다. “ 산드라, 이거 오늘 돌아다니다 예뻐서 하나 샀어, 생일 축하해”
“ Wow! Ichi, I love it. I will forever keep this. I could drop dead today. I am so happy and thankful for you”
“ Oh no! Not in my watch! I will make sure you won’t be dead today” 살벌한 우리의 대화를 듣던 기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 같은 그녀가 짖꿋은 표정으로 윙크로 안심을 시킨다. 오늘도 그녀의 승무원 일지에 또 한 번 놀라움과 존경심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