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승무원의 정년퇴직 3

일상이 그리울 때….

by Ichi H

캐세이퍼시픽 승무원을 하다가, 코로나 여파로 직장을 잃고 우리 항공사로 이직한 에이미가 우리 집 근처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만친구인데 샌프란 시스코에서 공부하고 브라지출신 남편을 대학교에서 만나서 정착을 한 친구이다. 어느 날 같이 비행을 하다가 호구조사 하다 보니,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아주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책을 우리 집 근처로 많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이젠 산책 동무가 된 친구이다.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참 온순하고 착하다. 금세 친하게 되어 이젠 이젠 어릴 때부터 안 동네 친구같이 정겹다.


에이미는 우리 항공사에 일을 하게 되면서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승무원 일을 했었는지 실감한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 항공사 승무원들의 일은 아마도 두 배 아니 세배나 많은 일을 하고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많을 것을 참아야 했다고 한다. 또한 케세이퍼시픽은 오랫동안 노동조합이 아니어서 승무원들의 직업 생명이 무지 짧아 커리어로 만들기는 힘들었다.


미국승무원과는 특히나 월급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가장 큰 혜택은 최저 또는 최고 수당 시간이 제한이 없다. 내가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개인에게 달렸다.


그녀는 언젠가 대만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정년퇴직은 대만으로 가서 호위 호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고 싶다고 한다. 아침에 알람 없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느릿느릿한 일상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다. 늦잠을 자도 좋고, 빨래를 해도 좋고, 이른 아침에 영화를 한편 보는 것도 좋다. 도서관도 가고, 가끔은 별도 쳐다보고…..


지극히 공감이 간다. 승무원에게는 집에서 혼자서 그 공간을 온전히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휴가이다. 지난 2주간 남편이 집을 비웠다. 시아범님이 허리 수술을 해야 했고, 낚시도 가고 싶고 오레곤집에 볼일도 있고, 그의 할머니가 이번 주 100세를 맞이하여 겸사겸사 혼자 다녀오게 되었다.


나의 휴가는 남편의 비행기가 뜨고 난 후 시작이다.. 온전히 나만의 휴가인 것이다. 그가 나에게 밥 차려 달라고 귀찮게 하지도 않는데, 집이라는 공간이 오로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그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커피를 내리고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힐링을 준다. 막내딸은 아침저녁 학교며 친구들 보느라 바쁘니 어쩌다 스쳐 지나가는 그 아이의 존재도 때론 망각하게 된다.


자전거도 타고, 맛난 것도 먹고, 글도 다시 쓰고, 그리고 싶었던 풍경도 스케치해서 색깔도 입혀보고, 친구들도 만나서 담소도 나누고, 요즘엔 마장 게임에 빠져 이웃들이랑 종종 게임도 하니 마음이 편하고 좋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일과 함께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시간이 올 테니 지금 이순간을 즐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