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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13. 2023

2.Gina

하얀 갑옷을 입은 왕자님

벨기에서 온 빨강머리 Gina는 항상 뭐가 그리 즐거운지 콧노래를 달고 다닌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특유의 유럽 스타일 친밀감에

조금은 당황한 기억이 난다. 어린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고, 백마 탄 왕자님이 언젠가 나타나 날 거라고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 순수한 여자다. 테니스를 매일 치고, 탱고댄스를 치러 주말마다 멋지게 변신하는 그녀의 열정적이고 태연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나의 절친인 Jake의 친구이기도 하다. 승무원들은 친구관계과 거미줄같이 뻗어 있어 때론 이렇게 우연히 비행을 하다가 새로운 친구의 친구를 만나면 또 거미줄이 늘어난다.


Gina와 Jake는 나보다 10년 이상이나 차이나는 선배 들이다.  같은 시기에 입사를 하면서 비행을 많이 하고, Jake가 영국에서 공부를 한 탓도 있고, 이벤트를 좋아하는 둘의 성격이 잘 맞았는지도 모른다.


Gina: Ichi, do you have citizenship?


Me: Yes, I applied a few years ago due to my job and family.


Gina: My lawyer wants $1000 for the application fee.


Me: What? For what?


Gina: How much did you pay?


Me: I didn’t need a lawyer? I did it for myself.


Gina: How could you do that? What if you have a problem with it?


Me: What problems? I am not a criminal.


Gina: what if you divorced?


Me: No worries, as long as legally you are married and divorced. What could be wrong?


Gina: How can you do that? What if I make a mistake?


Me: Do you need help?


Gina는 미국의 사기꾼 같은 변호사에게 시민권 신청 서류 한 장 써주는데 천불을 낼 뻔했다. 예전에 이혼을 해서 서류가 복잡하지 않냐고 묻는다. 이혼서류하나 있으면 끝인데 뭐가 두려운지? 이혼이 죄도 아닌데, 변호사들은 서류  한 장씩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또 그 핑계로 돈을 뜯어 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도 한 태국 친구가 거의 5천 불 이상 뜯긴 경우도 보았다. 한국 변리사가 한국에서 오신 분들에게 사귀를 치는 경우도 보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녀에게 집에 돌아가서 내가 알려준 대로 서류를 준비하고 나의 집으로 오라고 했다. 우린 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 서류 신청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뷰를 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여권을 다시 신청하고 그렇게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 벨기에가 이중국적을 허용하니 일석이조.


축하파티를 같이 하면서 샴페인을 밤새 마시고 그녀가 즐기는 탱고를 추면서 다들 즐거워했다. 이번에 가족을 보러 가는데 미국 여권을 사용해 볼 거라고 신나 했다.


몇 년 후 Gina는 남자동생을 코로나로 안타깝게 잃어버렸다. 남동생은 코로나 직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면서 같이 저녁을 먹었어 던 기억이 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잘생긴 남자였는데, 동생을 잃은 상실감으로 한동안 힘들어한 시기에 잠시 휴직을 하고 벨기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Gina는 우연히 병원을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된다. 들뜬 목소리로 오랜 친구를 만났다고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그 의사분은 얼마 전 부인을 지병으로 잃고 많이 외로워하고 상심하던 시기였다.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의 상실감을 나누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사랑의 호수 Minnewater를 달빛을 따라 손을 잡고 다정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나도 모르게 로맨틱한 소녀의 감정이전해진다.


그녀는 곧 결혼한다면서, 백마 탄 왕자님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흥분해서 통화를 했다.  누구보다 기뻤다. 왕자님을 영상통화로 만났다. 정말 왕자같은 기품이 있는 남자분이다.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온 하얀 갑옷을 입은 멋진 왕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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