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 서글픔, 그의 서사.
누군가의 뒷모습은 많은 표정을 담고 있다. 쓸쓸함. 서글픔. 그의 서사.
단명하는 우리 집안에서 아빠는 그나마 칠순의 도장을 찍고 세상을 마치셨다.
장녀인 내가 결혼을 하고 첫 손주가 혼자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아빠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 앞 슈퍼에 가서 과자 사주시는 걸 참 좋아하셨다.
그 뒤를 따라가며 아빠와 아이의 손잡은 뒷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하기도, 가슴이 찌릿하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무릎 관절이 닳을 대로 닳아 통증이 심할 때까지 버티다 인공 관절을 해 넣은 무릎은 돌아가실 때까지 뭔가 불편하다고 불평을 하셨다. 더불어 한쪽 어깨도 내려가고 다리도 걸을 때마다 살짝씩 기울어졌다.
평생 말이 별로 없으신 분이셨는데 불평의 그 몇 마디도 듣기 싫어서 인상만 쓰곤 한 번도 다정하게 위로해 드린 기억이 없다. 그 뒷모습이 왜 그리 화가 나고 속상했는지 모르겠다.
세 식구가 함께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을 펼쳐보며 추억에 빠지는 시간이 늘었다.
인화된 사진을 보다가 카메라에 저장해 놓은 사진으로 넘나들면 아이의 성장과 우리 부부의 늙음이 한눈에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 사진이 눈에 뜨인다.
허리쯤 오는 아이의 손을 잡고 구부정하게 걷던 남편의 뒷모습은 어느새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아이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 있고, 최근에는 아이의 손이 남편의 어깨를 감싸고 있게 되었다.
두 남자의 뒷모습 사진은 오롯이 세 가족의 성장과 역사를 담고 있는 듯하다.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얼굴 표정이 읽힌다.
이제는 아들이 우리 부부의 뒷모습을 찍고 있다.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봐 주는 가족.
서로의 역사를 눈으로 가슴으로 기록하는 가족.
아빠의 뒷모습을 따라잡아 옆에 서서 따뜻하게 손 잡아 드리지 못했음을 또 한 번 후회하며 새벽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