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잠을 잘 수 없었다.
13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은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두 번의 기내식을 눈을 부릅뜨고 먹고, 잘 골라간 책 덕분에 눈물을 질질 짜며 정신없이 읽다가 영화 한 편을 보니 어는 덧, Paris였다.
어둠이 깔린 샤를 드골 파리 공항에 내린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는 전철을 탔다. 전철은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좁고 낡았고 냄새도 꿈꿈 하게 감돌고 있다.
무릎이 닿을 만큼 좁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네 좌석은 마주 보고 앉아있다. 공항직원인 듯한 그녀는 우리와 함께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 전철을 함께 탔고 내 앞에 무릎이 닿게 앉았다.
덩치 큰 그녀는 둘이 앉는 자리에 넉넉하게 혼자 앉아 탈 때부터 들고 있었던 사기재질의 머그컵과 스테인리스 스푼을 이용해 우유를 섞은 오트밀을 열심히 먹고 있다.
다 먹을 때쯤 가방에서 비닐봉지에 든 오트밀을 꺼내 한 톨 흘리지 않고 미끄러지듯 컵에 떨어뜨리고 텀블러에서 우유를 따라 2차 오트밀 먹방을 다시 시전 한다.
그녀가 내릴 때까지 세 번의 오트밀 먹방을 난 참관 했다. 신기했던 건 집에서 쓰는 머그컵과 수저를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철에서의 자연스러운 먹방.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나만 재미있게 흥미롭게 슬쩍슬쩍 바라본다.
파리구나!
어두운 차창밖으로 파리의 풍경을 볼 수는 없었다.
어둠이 깔린 창밖 풍경은 가로등이 거의 없었고 가끔씩 보이는 뾰족 지붕의 집들은 우리네 시골 풍경과 어렴풋이 닮은 느낌이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역에 내려 캐리어를 끌며 스치듯 마주친 건물들은 이국적이었지만 감상할 여유가 없다.
호텔을 잘 찾아 체크인하고 어서 눕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그럼에도 구글 맵을 잘못 봤는지 십 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반대로 멀리 돌아 차가운 밤바람을 묵묵히 마주하며 20분은 걸은 것 같다.
추운 밤거리 바닥에 자리 잡고 누워 있는 홈리스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5일 동안 지낼 우리의 방!으로 들어왔다.
신발부터 벗어던지고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대충 씻고 나자 살 것 같다. 이제야 호텔 방을 구석구석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가만... 흠... 이건 뭐지? 이 그림은?
티브이 옆에 떡하니 걸려있는 그림이 심상치 않다. 괜히 기분이 나빠지려 한다.
이 방은 동양인 전용 방인가?
인종차별할 때 사용하는 이들의 표현을 모두 담아낸 그림이네?
나만의 생각인가?
남편에게 묻자 "기분 나쁘니까 그냥 보지 말고 지내"
"한 번 물어볼까? 로비에?"
"됐어. 문제 일으키지 마!"
일단 참는다..... 그게 안된다.
친구 여럿에게 톡으로 보내 의견을 물어본다.
한결같이 "기분이 좀 그러네"라는 반응이다.
여러 가지 추측을 하느라 잠이 안 온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