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매너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당기려 하자 밖에서 먼저 당겨져
문이 열린다.
옆으로 비켜서 중년의 남자에게 먼저 들어오라고 손인사를 한다.
그는 문을 잡고 서서 나에게 나오라고
권유한다.
그가 먼저 문을 열었고 그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니 고집스럽게 먼저 들어오길 재차 권한다.
기분 좋은 실랑이 끝, 웃는 얼굴로 내 옆을
지나가며 그는 "땡큐"라고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며칠간의 홍콩 여행 중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이런 손잡이 매너는 여행자의
기분을 편안하고 밝게 해 준다.
문 손잡이까지 얼어붙는 한 겨울의
한국에서 큰 건물의 출입문을 드나들
때면 많은 경우 감정을 상하게 된다.
차가운 손잡이에 손을 대고 문을 밀기
시작하면 뒤에서 총총거리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내 뒤로 바짝 붙어 손 안 대고 몸을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문이 2중으로 되어있는 경우 두 번의
연속된 동작이 반복된다.
어떨 땐 얄미워서 두 번째 문까지의 좁은
공간에서 옆으로 비켜나 선다.
먼저 문을 열지 않고.
그러면 상대는 당황한 듯 쳐다본다.
나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기분 상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내가 나가려고
당긴 문으로 상대가 먼저 밀고 들어오는
경우이다.
그러고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지나간다.
본인을 위해 내가 문을 열어주기라도
했다는 듯이.
유모차나 거동이 불편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기라도 하면 뒤따라 많은
사람들이 종종거리며 뛰어와 손잡이를
놓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되기 일쑤이다.
"왜 그럴까?"
의문이 생긴다.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몇 초간의 작은 배려로 서로 웃는 얼굴이
될 수 있을 텐데...
몸에 익힌 작은 배려는 나의 품격을 높여
준다고 생각한다.
품격뿐만 아니라 상대와 나 모두가 기분
좋은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올 땐 최소한 고맙다는 말이나 감사의 끄덕임만이라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외에서 며칠 지내다오면 수없이
마주하는 공용시설의 문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