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니_04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저녁 식사 후 ‘오빠 우리 카페 갈까’ 한마디에 노트북 하나 챙겨 훌쩍 카페에 왔고, 초코가 듬뿍 올려진 스콘을 원 없이 먹고, 시원하고 고소한 아이스 라떼를 쭉쭉 빨아들일 수 있는 날이다. 그리고 마음껏 집중해서 무언가를 한다. 이게 어째서 특별한 일이냐 하면 조만간 내게는 사라질 일상이어서 특별하다. 두 달 남짓 남은 출산 후엔 ‘오빠 우리 카페나 갈까’따윈 꺼내지도 못할 말이 될 것이고, 애를 데리고서 ‘가볍게 훌쩍’ 갈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하게 된다면 초코를, 커피를 ‘원 없이’는 안될 말이다. 이렇게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내가 아닌 아기님이 정해 주겠지..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했던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짧으면 몇 개월, 아이를 하나 이상 낳는다면 몇 년까지도 그럴 것이다. 아이의 패턴에 맞추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게 되는 것이고, 내 시간 역시 아이의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자는 것도, 쉬는 것도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 모유수유까지 하게 된다면 먹는 즐거움도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내 삶에서 ‘오붓하게’, ‘한가롭게’, ‘가볍게’라는 단어는 당분간 사라진다고 봐야겠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언가 배우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가보고 싶은 장소를 가거나 매일매일을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야 한다는 집착마저 생겨났다. 이런 내가 엄마로서 다가 올 변화들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막상 아이를 안고 나면 새로운 기쁨과 감동과 보람이 몰려와 육아를 할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느끼는 아쉬움은 싹 잊힐 정도로 말이다. 엄마 선배님들은 다 그러더라. 지나고 보면 엄마가 되고 아이를 기르는 과정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카페에 가지 못해서, 맘껏 내 시간을 보내지 못해 불행했노라고 하는 사람은 없더라.
이렇게 사라질 내 일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도, 다가오는 변화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것도 어쩌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내 나름의 준비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쉬움과 기대감이 뒤섞인 여러 날을 보내고 아이를 안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이가 젖을 잘 물어 주는 게 가장 큰 기쁨이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