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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Dec 24. 2021

외국회사 응시서류-1

자기소개 이력서

        한국 회사에 다니다가 처음으로 외국 기업에 응시할 때다.


  헤드 헌터가 이력서를 요청하기에 양식(잘 아는 대로 예전에는 좌측 상단에 사진을 붙이고 이하 이름과 본적 현주소 학력, 경력을 차례로 채워가는 밑줄 친 서식이 있었다.)에 맞춰 영문으로 작성했다. 

  때마침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미국인 직원(당시 내가 과장으로 있는 직원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은 계약직- 이 분이 계약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외국인의 국내 취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단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별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이 흘깃 보더니 묻는다. 영어가 제대로 된 건지 검토를 의뢰할 마음으로 보여주니 대뜸 어디 회사냐고 묻는다.


‘나로선 알 도리가 없지...’

  아마 지금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헤드 헌터는 상당한 조율 기간을 거치기까지는 클라이언트 사가 어디인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다만 해당 기업의 국적, 비즈니스 유형, 요구하는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과 대략적인 보상 프로그램 정도를 제시할 뿐이다. 


 그 직원이 괜찮으면 직무 요구서(job requirement)를 보여 달란다. 우리 정서를 잘 아는 만큼 회사를 옮기는데 지켜야 할 보안 정도는 염려 말라는 눈빛이다. 한 참을 읽더니 대략 어느 분야의 회사인지 이름까지도 추정해 낸다. 그러고 나서 이력서를 다시 쓰자고 한다. 

 이후 우리는 마치 그가 헤드 헌터 혹은 클라이언트가 되고 나는 응시자(candidate)가 되어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적어도 위태롭지는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은 여기에 적합하다. 저들은 사람을 뽑을 때 아주 구체적인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에 기초한다. 

 여기엔 최소 두 가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데 하나는 담당 업무에 관한 본인의 능력이요 

 다른 하나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역량이다. 

내 경우 마케팅 부장 포지션인데 여기엔 상품 개발에서 시장 출시 프로모션까지가 포함된다. 프로모션은 예산 집행이 수반됨으로 재무제표에 관한 지식이 당연하다. 

더해서 다국적 기업의 일원으로 수입, 판매, 재고 관리를 위한 엑셀 등 프로그램 처리 능력 등이 필수다. 

판촉을 위한 다양한 판매원 프로모션이 중요한 만큼 얼마만큼 기획력과 실행력이 있는지 등의 리더십을 본다. 사소할 것 같지만 장교로서의 군 복무 중 행사 운영 능력에서 심지어 직원 야유회에서의 오락 시간 진행 경험까지 기술하다 보니 애초 두쪽짜리 이력서가 여덟 장까지 늘어난다.


 놀라운 건 얼핏 내겐 사소할 것 같은 이런 경험들이 채용에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한 사실이다. 

요약하면, 

가능하면 응시하려는 회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모르더라도 최대한 좁혀서 추정해야 한다. 

직무 요구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대략 어떤 역량을 요구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내가 거기에 부합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그 부분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양식은 따로 없다. 

정리된 경험과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요구될 뿐이다. 못다 한 이야기(이를테면 다국적 기업의 경우 반드시라고 할 만큼 앞선 전임 상사로부터의 추천서를 요구한다. 이게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다음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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