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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Feb 04. 2022

공부 놀이와 놀이 공부

게이미피케이션 면접시험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서너 명이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지나치면서 슬쩍 엿들으니 게임에 관한 얘기다. 전 세계의 하루 동시 접속자가 천만명이 넘는다는 바로 그 게임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와 승리 담을 격한 제스처를 섞어가며 토해낸다.


  4차 산업에 대한 강연을 마치고 나면 예외 없이 초, 중등학교 학부모들이 연단 앞으로 다가와 자녀들의 지나친 게임 몰입을 걱정하며 해법을 묻는다.


  정년을 한 학기 남겨둔 2020년 봄, 개강 불과 2주 전에 학교로부터 모든 강의를 비대면으로 실시하라는 공문이 메일로 전달된다. 전국 100여만 명에 달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교사들이 한날한시에 유튜버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3년째를 맞는다. 비대면 수업은 날로 정교해지고 교사와 학생 모두, 아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점점 더 익숙해져 간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아들에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하는 대사가 유독 사람들의 머리에 남는 까닭은 과연 뭘까? 끝까지 살아남으면 한방에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는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불러온 이유는 어디 있을까? 


 비대면 수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방송 통신 대학이 개설된 건 1980년대 초반으로 40년 전의 일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교회가 중앙 당회장 목사의 설교를 영상으로 공유한지도 30년이 지나고 있다.


 MZ 이후 세대들에겐 비대면 소통이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다. 문제는 그 이전 세대다. 진화의 단절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습관이, 권위가 기득권 되어 시간을 지연시켰을 뿐이다. 

화면을 통한 비대면의 가장 큰 단점은 상호작용이 취약하거나 부재한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을 받는다. 

물론 오랜 세월을 지속해 온 면대면으로 익숙한 상호작용을 따라잡으려면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많은 진전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본래 인류사에 있어 일과 배움과 놀이는 그 경계가 없었다. 원시 동굴 사회에서 사냥감을 잡으로 일떠나는 아버지와 그걸 배우러 따라가는 아들, 동굴에 돌아와  모닥불 아래서 같이 포식하고 놀지 않았는가?

농업 사회까지만 하더라도 농사짓는 법, 옷감 짜는 법, 반찬 만드는 법을 학교에 가서 배우지 않았다. 농번기의 못줄 잡기에서 농한기의 풍악놀이까지 그저 따라다니며 보고 배우고 즐겼을 뿐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생산성을 위한 분업화가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일은 공장으로, 배움은 학교로 그 역할이 구분되기에 이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방위적인 융합이 진행된다. 그러나 그 속도를 기다리기에는 지구 환경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황폐해졌다. 견디다 못해 코로나라는 팬데믹으로 인류의 등을 떠민다.


 지난 3년 남짓 지구촌 인류의 거리 두기 삶은  1960년 대 수준이다.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인류가 40억 미만 곧, 5~60년 전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가을 우연히 올려다본 가을 하늘은 어릴 적 그때 바라본 그 푸른 하늘이었다. 


 이제 다시 일과 배움과 놀이가 한 자리에 모여든다. 우선은 코로나에 의한 강압이지만 가정 수업, 재택근무가 그러하고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까닭이 그러하다.

기업에서도 취준생들의 성향을 MBTI로 파악했다면 그들이 기여할 성과는 게임을 통해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배우는 게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가르친 공자는 2천5백 년 전에 이미 오늘을 예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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