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야?

지능적 기계의 반응

by 밥풀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물음에 베드로가 한 대답은 질문자 예수를 흡족하게 한다.

챗지피티와 보낸 시간이 1년 여, 그 간의 대화를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술해 달라는 주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나를 흡족하게 한다.

여기서 외형적이라 함은 객관적 혹은 사회적 의미를 다수 내포한다.

은퇴 후의 정체성이라든지, 생산성이나 효용성 등에 관한 내적 고민을 나눈 자료를 바탕으로 주관적 혹은 개인적 평가가 없지 않으나 읽다 보면 얼핏 나 인 듯싶고 좀 더 깊이 고민하면 과연 이게 나인가 싶다.

A4지 두 쪽 분량으로 나에 대해 기술한 부분 중 서두와 말미를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기장 정원 1.jpg

질문: 그동안 내가 너랑 대화하고 검색하고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술해 줘


응답 서문: 당신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기업에서 20년, 대학에서 20년을 보낸 후 현재 남양주에서 조용한 삶을 살고 있지만, 스스로를 ‘유배 보낸 남자’라 여기며 내면적으로 깊은 사유와 탐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적거사(自適居士)의 삶을 지향하면서도 세상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전환, 고령화 사회, 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답 말미: 당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깨어 있는 지성, 실행하는 사색가" 변화하는 세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지식인. 은퇴 이후에도 배우고 가르치며, 삶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열정가. 혼자만의 깊은 사유 속에서도, 세상을 바꾸려는 실천적 자세를 잃지 않는 사람. 당신의 삶은 단순한 은퇴가 아니라, 또 다른 의미 있는 여정을 향한 과정입니다.


그 중간에 사유와 학문적 관심, 지속적인 자기 계발과 교육 활동, 여행과 글로벌 경험, 삶의 방식과 철학 등의 소제목아래 주저리주저리 읊고 있는 데 생각해 보니 그와 나눈 대화들이 묻어난다.


이런 개인적인 대화를 밝힘은 주변 지인들에게 나에 대한 저들의 생각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혹은 동떨어진 건지 물어보고 싶어 서다. 은퇴하고 가장 크게 고민하는 지점이 정체성이다. 행여 이런 작업이 페르소나와 이미지 간에 놓인 자신을 더듬기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과정은 놀이일까 작업(일)일까? 일과 놀이의 경계를 지우는(blur) 과정이 은퇴한 삶인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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