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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Nov 04. 2021

자기 사용 설명서

문안 편지 혹은 자기소개서

아직도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면 고용자의 입장에서 전혀 관심 없는 가족사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기야 나도 일 이야기부터 꺼내면 왠지 각박해서 외국 동료들과 메일 할 때 안부나 하다못해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면 본론만 말하라는 지적을 받곤 했으니까…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딘가에 필요가 있어서 그곳을 채워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가 관심사다.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적용했던 기준이니 주관적일 수 있다.) 


 첫째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적합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에 대한 설명과 증빙이다. 이는 회사가 원하는 기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유익하다. 적지 않은 후보자들이 막무가내로 맡겨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읍소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성실이 무능을 대신해 줄 수 없다.” 다소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다.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은 “가만히 있으면 먹여는 줄 테니 제발 앞서 가는 사람 발목은 잡지 말라”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너그러움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만큼 변화가 가속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는 조직에 입사할 경우 어떻게 기여할 지에 관한 계획이다. 이는 앞서 첫 번째의 주어진 임무나 역할에 대한 이해의 연장 선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회사에 기여하는 바 못지않게 여하히 본인의 성장을 (회사 생활을 통해서) 이룩해 갈지에 대한 개인적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생 고용이 무너졌듯이 일방적 희생 또한 사라지고 있다. 입사 못지않게 퇴사의 시기와 방법 또한 고려해 두어야 한다. 물론 충분한 인재라면 회사는 기간을 연장하려 할 것이요 본인 또한 이 부분에 대한 탄력적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역시 두 번째의 연장 선상에서 퇴사 이후에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구호에만 그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 가치 창출(CSV)등이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다. 근자에 회자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에 관한 논의도 기업의 책임과 관심 범위가 사회를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까지 확산되는 만큼 고용 여부를 떠나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냐가 사회 전반적인 관심사다. 근자에 빈번히 회자되는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가치 개념 등이 이를 반영한다. 

  

   요약하면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준비됐는지, 어떻게 기여할지 그리고 어떻게 이후에 성장해 갈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자기 사용 설명서 내지는 자기 판촉용 카탈로그를 만든다는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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