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은 시골학교에서 잘 살아낸 1년
"선생님~~~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아침 출근길에 연구부장선생님께서 나를 불러세우셨다.
연구부장선생님쪽을 바라보니 생각지도 못한 커피차가 정문옆 체육관 앞에 서있는게 아닌가?
올한해 수고하신 교직원들을 위한 연구부장선생님의 서프라이즈 커피차 선물이었다.
감사한마음에 얼른 커피를 받아들고 병설유치원 교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커피 한모금을 마시는 순간, 차가운 냉기로 가득했던 몸이 온기로 채워해지는 순간이었다.
"올해도 폭삭속아수다" (올해도 정말 수고많았어요)라는 제주어의 글귀가 마음을 툭! 건드렸다.
제주살이를 시작한지 4년차...
기간제교사로 2년을 보내고, 용기내어 시험에 다시 도전했다. 2번의 도전만에 제주에서 병설유치원시험 합격했다. 제주동쪽 구좌읍 안쪽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시골학교로 발령이 났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마흔중반이란 나이에 신입으로 시작한 제주에서의 교사생활의 적응은 결코 쉽지않았다.
제주살이 시작하며 반 강제, 타의적으로 배운 초보운전실력으로 왕복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학교 출퇴근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이 무척 컸다.
제주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한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정규직 교사로 새로이 맞딱드린 일들은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모든것이 리셋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했다. 나이스, 에듀파인시스템안에서의 품의,결재, 복무처리등 행정적인 일부터, 작은 서류일까지 행정실주무관님께 지적당하며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했다.
그중 제일 힘들었던 점은 새로운 학교의 적응에 있어 나의 어려움과 고충을 토로할 동료가 없었다.
낯선 제주학교에서 외롭게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입학식과 시작된 3월 한달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25년 교육운영계획수립, 새로 입학한 아이들적응, 제주토박이 교직원들사이에서 느껴지는 소외감...
3월한달 내내 일을 마치고 퇴근후 녹초가 되어 차에 털석 앉는 순간, 긴 한숨을 토해내자 울컥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제주이주 전 동고동락했던 전 학교 동료선생님들이 미치도록 그리워 몫놓아 울기도 했다.
그리움과 외로움 사이에서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25년 12월의 끝자락에 닿았다.
"올해도 폭삭속아수다" 라는 문구가 그냥 쉬이 지나치지 않는 이유이다.
올한해 낯선 제주의 시골 학교에서 잘 살아낸 나를 토닥이며 깊은 위로를 건네고픈 겨울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