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8
우연히 만나게 된 인연이었다.
진짜 우연히 알게 되어
겹치는 것들은 많지 않았지만, 해마다 두어 번은 얼굴을 보는 언니가 있다.
나는 고민이 생기면, 혹은 부동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는 나름 큰 부동산 투자 회사의 대표였다.
이상한 것이
통화는 어딘가 어색했지만, 문자는 늘 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언제나 여유롭고 친절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큰 회사의 대표답게 감정의 기복은 없었고,
상황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늘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모습은 나에게 늘 단단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 아침, 뜻밖의 문자가 도착했다.
“요즘 회사에 문제가 좀 생겨서… 기분도 전환할 겸 운동하러 왔어.”
밑도 끝도 없는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 안 좋은 일 있어?”
그녀의 답장은 짧았다.
“아니야. 사람을 믿는 거지. 아니, 돈이 문제야.”
큰 회사의 대표라면 얼마나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까.
그것을 측량할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답했다.
“난 언니가 참 단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가 얼마나 무거울지 난 예상도 못해..”
항상 단단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녀가 나에게까지 연락을 해온 걸 보니,
그 마음이 꽤 힘든가 싶었다.
잠시 후, 또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언니는 단단한 건 아니고… 여리고, 아프고, 늘 외롭고 그래.”
나는 휴대폰 화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늘 강인한 줄만 알았던 사람의 속내.
겉으로는 단단한 껍질을 두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린 마음이 숨어 있었다.
언니가 쓰고 있던 것은 ‘가면’이었다.
세상 앞에서는 흔들림 없는 대표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 처음으로
내 앞에서는 외롭고 아픈 인간의 얼굴을 드러냈다.
나 역시
밝은 척
아무 고민이 없는 척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과 가면이 사회...
가면은 누구나 쓰고 살아간다.
강인함의 가면, 웃음의 가면, 여유의 가면.
그러나 그 뒤에는 늘 여린 마음이 숨어 있다.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가면을 벗어도 괜찮은 순간,
그것이 진짜 인연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