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 9
항상 다른 문이 열렸던 것 같다.
인생은 균형이라 했던가.
행복이 넘치듯 나에게 다가온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것이 행복인지 알지 못했다.
다른 걱정들을 만들어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나를 많이 사랑해 줄 때는
그 사람이 못해주는 것들을 생각했고
아이들이 나를 많이 필요로 할 때는
시간에 쫓겨 혹은 아이들을 챙기느냐고 못 챙기는 나 자신에 대하여 불안을 삼으면서
그 시기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아이들의 입학이라는 관문을 지나고 나서야,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던 시간,
대회에 가서 숨조리며 응원하던 시간
함께 퇴근하며 야식을 사서 돌아가던 길,
지방 대회에 다녀온 아이를 데리러 가는 그 길.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를.
문득문득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생각한다.
큰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늦은 밤까지 통화하고, 책을 읽고, 웹툰을 본다.
내가 출근한 이후에야 잠에서 깨는 듯했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다녀왔어?” 하고 인사만 건넨 뒤 곧장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둘째 딸도 달라졌다.
체육관에서 “엄마, 이것 봐봐!” 하며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던 아이는
이제 본인이 필요한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고,
혹은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항상 피곤하다는 핑계로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새로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말했다.
“훈련 들어갈 때는 아휴~ 싶었는데, 끝나고 나오니까 그래도 하루 잘 보냈네. 싶어”
그 말에 나는 안도했다.
아이들을 쫓아다니던 시절,
그리고 그때 내 옆에 있던 사람들.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행복은 늘 지나간 뒤에야 이름을 얻는 것 같다.
그때는 고민과 걱정에 휩싸여,
눈앞의 순간을 붙잡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늘 뒤늦게 후회했다.
“왜 행복은 늘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되는 걸까?”
이제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들은 제 길을 가고,
나는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 열릴 문 앞에서는,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으리라.
지금의 숨결을 느끼고,
작은 순간을 기록하며,
의도적으로 행복을 맛보리라.
행복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조각들이다.
그 조각을 알아보고 붙잡을 때,
비로소 나는 지나간 뒤가 아닌,
현재 속에서 행복을 살게 될 것이다.
새로운 문이 열릴 때,
그 순간을 행복이라 부르며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다시 내 곁에 앉아
“엄마, 그때 참 좋았지” 하고 말할 때,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할 것이다.
“그래, 그때도 행복이었고… 지금도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