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제일까?

by 에메

엄마 아빠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나를 엄격하게 키우셨다.

나는 늘 열심히 살아야 했고,

부모님의 기준에 맞춰야 했다.

덕분에

좋은 대학도,

좋은 직장도 얻었지만

그 그늘을 벗어나는 순간 나는 절제되지 못한 망아지가 되어 버렸다.


유학을 다녀와서 전남편을 만났다.

그는 나에게 부모님과 다른 자유를 주었고,

남이기에 쉽게 인정을 주었다.

항상 예쁘다고 해주었고,

항상 잘한다고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도망치듯 결혼을 했다.

부모님도 그의 집안과 직업을 좋아하셨다.

결혼 전 나의 단편적인 기억으로 대변되는

우리 집에 대한 무시와 같은 언행에도 부모님은 그를 좋게 보셨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이쁘다 잘한다는 말들은

어쩌면 나와 결혼하기 위한 말들이었고

남편은 남이었다.

초반에는 재미 삼아하던 나에 대한 무시가

점점 거세졌고

그의 거친 언행에도 나는

“네가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걸 우리 엄마가 아시면 얼마나 속상하실까”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때 부모님은 내가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나는 남편을 떠나 다시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부모님은 더 엄격해지셨다.

기대를 저버린 딸이 된 죄,

두 아이를 키우는 짐을 나눈 죄,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한 죄.

여러 가지 죄들 때문에 부모님은 나를 더 열심히 살라고,

더 채찍질하셨다.


내가 문제일까.


여기를 피하면 저기가 있고,

저기를 피하면 또 여기가 있다.

끝없는 굴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보면,

그 모든 관계 속에서 나는 늘 누군가의 기대와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흔들었고, 나는 그 흔들림 속에서 길을 잃었다.


내가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방식이 문제일까.

어쩌면 답은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도망치듯 살아가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부모님의 기대도,

남편의 인정도 아닌,

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문제일까”라는 질문 대신,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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