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잘하고 있다, 잘 될 것이다
둘째 딸이 체육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그녀는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그녀의 고민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커서 자신은 그만큼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
둘째,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셋째, 자기는 최선을 다 했는데, 자꾸 지적을 하는 코치님들이 자신만 미워하는 것 같다는 서운함.
넷째, 너무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두려움.
부모로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런 고민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우리 딸이 참 예쁘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환경이 변할 때마다
그냥 그 상황에 순응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치 골든 서클 이론처럼
왜?
왜 이걸 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그녀가 너무 이쁘다.
점심시간, 야간 운동이 끝난 뒤 이어지는 영상통화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눈물에 젖어 있다.
며칠 대회로 떨어져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일주일 내내 떨어져 지낸 것은 처음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울면 부모의 마음은 찢어진다.
나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대학에 들어간 첫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기숙사 생활 속에서 갑자기 너무 힘들어했다.
공부를 하다가 고개를 들면 다른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이상한 사람 같고
책을 보다 보면 막 지구 중심으로 꺼질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다 보니 한없이 눈물만 나왔다고 한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며 아무 말 없이 울기를 반복하던 그 시절, 들어주다 들어주다 나는 결국 물었다.
“엄마가 무엇을 해줘야 해?”
“해줄 거 없어… 엉엉…”
“그럼 다 울고 전화해. 이렇게 우는 모습 계속 보는 건 너무 힘들어.”
“........"
"알았어. 이제 안 울고 다 운 다음에 전화할게.”
그리고 그녀는 전화를 뚝하고 끊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시간이 지나니,
그냥 들어줄걸.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있어 줄걸.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서 큰 아이에게 조언을 구했다.
" 자꾸 시엘이 울면서 전화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해? "
이야기를 꺼내자 큰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우는 딸은 끝났다 했더니 또 우는 동생이 전화해 하하하 끝이 없네..?”
그리고 덧붙였다.
“ 엄마. 듣고 싶은 말은 없었어. 그냥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가 어떤 말을 해줄까?”
“그냥 엄마가 거기 있다는 게 힘이 돼. 꼭 뭘 해주지 않아도 돼.”
하지만 부모 마음은 늘 뭔가 해주고 싶다.
그때 아이가 말해준 답은 단순했다.
“전긍정해 줘.”
“전긍정?”
“응.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잘하고 있다, 잘 될 것이다… 그거 해줘. 이유를 묻지 말고, 해결하려 하지도 말고.”
전긍정.
나름 생소한 말이지만,
대충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전적인 긍정을 뜻하는 것 같다.
조건 없는 위로,
무조건적인 인정과 격려.
아이가 바란 것은 문제의 원인을 묻거나 해결책을 강요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잘하고 있다, 잘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건네는 태도를 말하는 거였다.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전긍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
“네가 힘들구나”라는 감정 확인,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긍정의 확신.
그리고 무엇보다 비판이나 해결을 서두르지 않는 마음.
그것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버티게 하는 울타리가 될 것이다.
또한 어찌 보면 “전긍정”이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 서서 전적인 긍정을 건네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는 세상을 살아낼 용기와 버팀목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부모에게는, 아이가 스스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 될 것이다.
아직도 멀기만 한
부모라는 자리
또 하나 배운다.
전
긍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