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된 딸은 참 바쁘다.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너무 좋아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갇혀 있던 고등학교 생활에서 갑자기 맞이한 자유,
과연 그녀가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그 자유를 본인의 방식대로 잘 누리고 있을까.
이번 주말에도 그녀의 일정은 몇 번이나 바뀌었다.
금요일에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
다시 오는 길이라고 했다가.
부모의 마음은 그 변동 속에서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나는 딸이 지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곁에 있어 주고 싶어 나름대로 일정을 조정했지만,
그녀의 스케줄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문자를 보냈다.
“계획을 미리 정하기 힘들겠지만,
미리 이야기해 주면 좋을 수도 있겠다.
엄마는 오늘 안 온다고 해서 약속 잡았다가, 온다고 해서 저녁 약속도 취소하고 내일 오전 수업도 뺐거든.
시에나랑 시간 보내려고 했는데 아쉽네.”
딸과의 관계라 늘 별생각 없이 내 마음을 전하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녀에게 가장 편해야 하는 집이 그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내가 기대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어떤 만남이든 의무가 되면 즐거울 리 없으니 말이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미안해.”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말에도 길게 변명하지 않고,
단순히 “미안해”라고 말하는 태도.
그것은 어쩌면 그녀가 가진 성숙함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아이의 외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씨에나, 너무 놀기만 하는 거 아니야? 대학교에 가면 더 공부도 해야지. 요즘 취업도 힘든데.”
나는 대답했다.
“시에나는 스스로 잘할 아이예요. 걱정하지 말고 믿어주면 알아서 잘할 거예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대학 시절에 겪어야지. 그래야 사회에 나와 더 단단해지죠.”
외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넌 네 자식을 너무 믿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내가 내 딸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줄까.
그녀는 나의 딸, 나의 분신이다.
나의 믿음을 자양분 삼아,
흔들릴 때도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나는 믿는다.
그녀가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성장하리라.
그 믿음이 결국 그녀를 더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믿음은 때로는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그 믿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