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했다

by 에메

요즘 둘째 딸은 낯선 풍경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갑작스레 바뀌어버린 환경,

그리고 고등학생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른다.

특히 체육고등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은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하고

주변의 어른들이 기대를 하고

그렇게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무거움 속에서 뜻밖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나는 한 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제목은 「마음 다스리기」.

기숙사의 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길 바랐다.

나는 책이 단순한 지식의 도구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마음을 붙잡아주는 작은 닻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책을 권했다.


사실 둘째 딸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인스타그램 속 짧은 영상과 이미지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환경과 불안한 마음은 그녀를 책 앞으로 이끌었다. (학교 내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활자의 세계는 그녀에게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큰 아이도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따돌림을 당했을 때, 그녀는 책 속에서 위로를 찾았다.

어린 여자아이들 사이의 이간질이 원인이었지만, 나의 딸은 모든 잘못을 스스로 뒤집어썼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결국 왕따를 당했지만, 그 시절 그녀는 책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냈다.

너무 감사하게도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친구로 채울 수 있을 만도 한데, 그녀는 혼자서 책을 읽으며 그것을 이겨냈다.

그 덕분에 나와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고,

지금도 그녀는 말한다.

그때 책을 읽었던 것이 살아가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고.


책은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다.

말없이 위로하고,

길을 잃을 때 다시 방향을 잡아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책은 변하지 않는다.

책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마음이 흔들릴 때 붙잡아줄 손이 되어준다.


나는 딸들에게 책을 권한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의 권유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을 건네는 일이다.

종교든

책이든

때로는 쉽게 변하는 사람보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언제나, 가장 힘든 순간에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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