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 속에서
나는 멈추는 법을 잊었다.
달력은 빽빽했고,
하루는 늘 짧았고,
나는 늘 바빴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내 사진들 속에는
점점 너의 모습이 사라져 갔다.
처음엔 함께 웃고 있던 너,
그다음엔 내 옆에 조용히 서 있던 너,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너.
너는 마치 나의 들러리처럼
내 뒤에서,
내 옆에서,
말없이 나를 지켜줬다.
내가 흔들릴 때도,
지치고 날카로워질 때도
그저 조용히 곁에 있어줬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말없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어려운 마음인지.
그건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깊은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너를 당연하게 여겼다.
너의 침묵을 무심함이라 오해했고,
너의 기다림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그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안다.
너는 말없이 나를 지켜줬고,
나는 말없이 너를 놓쳤다.
그 시절의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고마웠어.
그때의 너에게,
지금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