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지능이다

경계가 있는 다정함

by 에메

3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큰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이 집에 들어왔을 뿐인데,
퇴근 후 문이 여는 순간,

“엄마, 고생했어~!”


그 말 한마디에
공기가 달라졌다.
온도가 다르다.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온풍기나 햇살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사람의 온기였다.
그 아이가 품고 들어온 하루의 감정,
그걸 다정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말투와 눈빛,
그리고 그 아이를 향해 내가 품고 있던 기다림,
그 기다림을 조심스레 꺼내어 전하는 나의 말.
그 모든 것이 공기 속에 스며들어
집 안을 포근하게 감쌌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친절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니, 어쩌다 보니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내게는 기쁨이었고,
그 기쁨이 칭찬으로 돌아오면서
그게 곧 나의 성향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혹은,
내 안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다정한 나를 일깨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분명한 건 하나다.

다정함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하나의 지능이다.


다정함은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이고,
말하지 않은 마음을 알아채는 감각이며,
공간의 온도를 바꾸는 힘이다.


다정한 사람은
눈빛 하나로 위로를 건네고,
말 한마디로 마음을 풀어준다.

그건 타고난 기질만이 아니라,
살아오며 쌓아온 감정의 언어,
관계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애정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 지능을
어릴 적부터 조금씩 익혀온 것 같다.
칭찬을 받으며,
사람을 기쁘게 하며,
다정함이 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걸
조금씩 배워왔다.


다정함의 경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오늘 아침, 친구와 통화를 하며
그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의 아이를 이야기할 땐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너무 가벼운 말들로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 순간,
‘이쯤에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조바심은 오히려
더 많은 말들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공감이라 믿고 나온 나의 말들이
좀.... 지나쳤다.

다정함이 때로는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다음부터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내 의견을 말하기보다
그저 들어주는 다정함을 선택하려 한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다정이 병이 되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다 보니,

그 다정함을 오해하거나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함에도 ‘정도’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정도를 지키는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다정함은
모든 관계에 무조건 뿌려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에 따라
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감각이다.
그 감각이야말로
진짜 지능이다.


나는 이제
다정함을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아이의 발소리에 공기가 달라지는 집.
공감하면서도 거리를 조절할 줄 아는 마음.
누군가에게 친절할지 아닐지를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힘.


그런 집을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

그게 바로
내가 키워가고 싶은 능력이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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