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1

달라스로 가는 길

by 에메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아직 일하는 나로 채 돌아오지 못한 어제.


출근 후 갑자기 한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그 선생님은 한때 나와 독서 모임을 했던 분이다.
둘뿐인 작은 모임이었지만, 호숫가에 앉아 치킨을 먹으며 책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무엇보다 나를 대학원이라는 길로 이끌어준 분이기도 하다.


나보다 먼저 대학원을 다니신 그 당시 선생님은

학원 선생님이라는 특성상 한 학기 다니고 한 학기 쉬며 대학원을 이어갔는데,
나는 그 루트를 알게 된 뒤 결국 졸업을 먼저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자만했다.
시간 관리가 서툰 선생님께 조언이랍시고 이렇다 저렇다 말했고,
졸업을 못한 선생님과는 조금 서먹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두고 열정적으로 토론했던 추억의 그녀다.


“부장님, 저 결혼했어요.”


약지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선생님이 말했다.
그 표정엔 자랑스러움과 설렘이 묻어 있었다.

몇 달 전 커피를 함께 마실 때까지만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순간 놀라움이 밀려왔다.


필리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한국에 와 대학원을 다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졸업을 못한 채 학원에 오게 된 분.
어색한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인연이었다.


“위험 부담이 많아 확실해진 다음에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교회에서 알게 된 소개로 미국에 거주하는 남자를 만나
5개월간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돌싱의 연애와 결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무게를 감당해낸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저 이번 달까지만 일해요.”


직급도 있고 중요한 일을 맡고 있던 분이 갑자기 그만둔다니 놀라웠다.
주머니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릭요구르트를 꺼내 건네던 모습,
그 작은 배려 속에 우리가 함께 쌓아온 서사가 담겨 있었다.


“저는 다음 달에 달라스로 가요. 아마 거기서 거주하게 될 것 같아요.”


작년, 재작년.
우리는 대학원 공부와 책을 함께 하며 이야기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한국에서만 살기 아깝다고.
외국에서도 살아보고 싶다고.
임상심리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자, 요리를 배워 홈스테이를 하자,
심지어 간호사 자격증까지 따자고 꿈을 나눴었다.


“선생님은 결국 꿈을 이루셨네요.”

그리고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부장님의 꿈은 이루고 계신가요?”


나는 늘 “안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정은 뿌리이고, 도전은 가지다.
뿌리가 단단해야 가지가 뻗고,
가지가 뻗어야 나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녀는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크고,
달라스로 가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우리가 나눴던 꿈들은 서로 다른 모양으로 현실이 되었지만,
본질은 같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넓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삶은 뿌리와 가지가 함께 자라는 나무와 같다.
선생님은 새로운 땅에서 가지를 뻗고,
나는 내가 선택한 자리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다.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안정 속에서 도전을, 도전 속에서 안정을.

그 균형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선생님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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