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보여봐.

by 에메

드디어 면접 연습이 시작됐다.

대략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50여 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마치 탁구공이 오가는 듯,


핑—퐁—핑—퐁


긴장감 속에서 대화가 이어진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학생들의 답변 속 문제를 찾아야 한다.
정답이 없는 답변에서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늘 긴장과 설렘이 함께 찾아온다.

긴장은 책임감에서 오고, 설렘은 아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낯선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긴장 속에는 또 다른 설렘이 숨어 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말로 꺼내어 표현할 때의 떨림,
정확한 단어로 마음을 끄집어낼 때의 설렘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네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그 진심이 가장 큰 힘이 돼.”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답을 준비한다.

그 순간, 긴장과 설렘은 교차한다.
아이들의 설렘은 미래를 향한 기대에서 오고,
나의 설렘은 그 미래가 열리는 순간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감사에서 비롯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 사이에도 진심을 드러내는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의 말이 진심인지,
혹은 내가 건네는 말이 단순히 호감을 얻기 위한 표현이 아닌
진정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진심인지 의심해야 할 때가 있다.
또는 내가 하는 말이 과연 내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
자신이 없을 때도 있다.

관계란 면접처럼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기에,
사람 관계에서의 말은 더욱 어렵다.


면접 연습은 어쩌면 그런 장치와 닮아 있다.
정답을 맞히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길과 꿈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나도 헷갈리는 단어들을 어린 입에서 끄집어낼 때는
그들의 절실함과 노력이 느껴진다.

중 3이라는 나이에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찾고, 생각하는 모습.
스스로 조사한 단어 하나, 자신 있게 말한 문장 하나가
그들의 내일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다.
아니, 그 문제를 찾아내는 나 역시 미숙하다.
때로는 어설프고 정답이라 말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다.
그러나 그 속에는 언제나 자신만의 빛이 숨어 있다.

내가 모르는 단어를 조사해 와서 당당히 말하는 모습,
작은 경험을 진심으로 풀어내는 순간,
그때마다 나는 아이들이 조금 더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 성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
오늘은 서툴렀던 아이가 내일은 놀라울 만큼 자신감 있게 말하기도 하고,
막연했던 꿈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변화의 순간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이 길을 함께 걷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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