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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May 24. 2024

무형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잠깐의 방황 뒤, 조금 더 방황

솔직히 말해서 몇 달간 잠깐의 방황을 한 기분이다. 원래는 철학 관련의 글을 올렸는데, 요 몇 달간은 에세이 장르의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근데 더 하고 싶어졌다. 처음 해보는 시도이기에 시행착오도 많고 나 스스로도 '이게 맞게 하는 건가?'라는 의문으로부터—어쩌면 시작부터 끝까지—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더 하기로 했다. 더 잘하고 싶었고 이대로는 아무래도 아쉬우니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으니깐.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하기로 했다.


어떠한 글을 쓸까? 고민했다. 근데 그냥 쉽게 쉽게 가고 싶었다. 무언가 찾아보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그런 짜임새 좋은 글보단 그냥 내 그날, 그때의 생각을 글로 남기자는—이런 것도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면—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누가 그런 글을 볼까? 이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문제제기를 스스로에게 건넨다. 아무렴 어때, 이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메거진이니깐. 발행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여서 요일별 연재도 아니다. 1년 동안 안 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올라올 수 도 있고, 365일 매일매일 글이 올라올 수도 있다. 어쩌면 하루에 여러 글이 올라올 수도 있다.


주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형'의 것들에 대한 잡생각으로 잡았다. 이유는 딱히 없고 하필 그날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이러한 대사가 있다. '나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참 예쁘고 서로가 잘 어울려지는 문장이다. 하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무형한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무형하고 아름다운 것은 좋아하고, 무형하고 일그러진 것에는 흥미를 느꼈다. 정작 서운한 것은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무형은 아름다울 수도, 일그러질 수도 없다는 것에 있다.


무형에 대한 나의 상념은 가끔은 유형의 형태로 노트에 얹히지만, 대게는 안타깝게도 무형의 존재로 남아있다가 결국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듯 내 머릿속에서 떠나버린다.


이 에세이는 제대로 대접 못하고 떠나보낸 귀한 손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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