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자에게 해줄 말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나의 고빈다여, 내가 발견한 사상들 중의 하나는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Mein Govinda, dies ist einer meiner Gedanken, die ich gefunden habe: Weisheit ist nicht mitteilbar.
소설 싯다르타는 수레바퀴 아래서과 데미안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르익은 헤르만 헤세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위 문장은 소설의 후반부,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가 강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가 수많은 세월 동안 얻은 깨달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Weisheit ist nicht mitteilbar.
사실 조금은 허무한 결말입니다. 우리는 헤르만 헤세가 수십 년 동안 쫓아온 그 지혜를 얻기 위해 싯다르타를 들어 읽었습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자신이 깨달은 지혜는 전달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헤르만 헤세는 "내가 얻은 지혜는 알려줄 수가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하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싯다르타의 주인공 싯다르타는 인도 최상위층 계급인 브라만 계급에서 태어났습니다. 지식을 쫒고 싶었다면 집에 앉아 수많은 저서를 읽으며 지식을 쌓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집에서 나와 수도승이 되었다가,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고 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쾌락과 향락에 빠져보기도 하고, 뱃사공 일을 하기도 합니다.
지혜는 직접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직접 속세로 나와 이런저런 일을 전부 경험한 것입니다.
연애상담만큼 쓸모없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떠들어도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데어봐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도 본인이 직접 데어봐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연애상담을 신청해 오는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해봅시다.
나의 고빈다여, 내가 발견한 사상들 중의 하나는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Mein Govinda, dies ist einer meiner Gedanken, die ich gefunden habe: Weisheit ist nicht mitteilbar.
싯다르타의 지혜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결코 진심으로 깨달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깨달음은 반쪽짜리 깨달음에 불과합니다. 위대한 철학을 다루는 책은 넘쳐흐르지만 위대한 철학자는 적은 이유는, 많은 사람이 철학책을 읽기만 하고 스스로 탐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철학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속세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기도, 헤어지기도, 일을 하기도, 죄를 저지르기도, 용서받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싯다르타처럼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일까요?
바로 경험은 자신이 경험을 하고 있음을 발견해야지만 경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방황하고 있음도 경험이고, 고통과 슬픔도 경험이고, 바쁜 것도 경험, 반복되는 삶도 경험이라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내 인생의 한 과정으로써 긍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지혜는 전달할 수도, 전달받을 수도 없습니다. 직접 부딪혀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딪히는 과정을 우리가 부정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지혜로 다가가는 귀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지혜와 답은 자연에 있고, 인간의 삶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싯다르타의 깨달음입니다. 과거에, 현재에, 또 다가올 미래에 방황하고 있을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의 고빈다여, 내가 발견한 사상들 중의 하나는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Mein Govinda, dies ist einer meiner Gedanken, die ich gefunden habe: Weisheit ist nicht mitteilb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