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이 곧 진실이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

by 이다이구

진실은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좀처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특성으로 유명하다. 임마누엘 칸트는 필자와 같은 범부로서는 도저히 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순수이성비판"이라는 책의에서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탁자 위에 빨간 사과가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그 사과를 빨간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적록색맹에게는 빨간 사과가 다른 색깔로 보일 것이고, 애초에 당신이 생각하는 빨간색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빨간색이 같은 색인지도 증명할 길이 없다. 만약 당신은 사과가 빨간색, 그리도 다른 사람은 보라색(이 색깔은 당신 입장에서 보라색이고, 이 사람 입장에서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과의 진짜 색깔은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이 사과가 색깔이라는 것이 있을까?


결국 우리는 물질 그 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 오직 우리의 못 미더운 감각기관에 의지해야 할 수밖에 없다. 왜 '못 미더운' 감각기관이라고 묘사했느냐면 우리 인간은 무서우면 하얀 귀신을 보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 세상이 빙빙 돌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수면이 부족하면 환각이나 환청을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몸은 틈만 나면 우리를 속이려 든다.


이런 요소 말고도 우리의 인식은 온갖 선입견, 편견, 취향, 지식, 경험 등에 오염되어 있다. 고급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과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인식체계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당연히 전자의 사람을 돈이 많고 고등교육을 받은 교양인으로 생각하고, 후자의 사람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 것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우리의 인식이 맞을 것이다. 돈이 없다면 고급 정장을 입을 수 없을 것이고, 제정신인 사람이 속옷차림으로 밖을 돌아다니진 않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우리의 인식이 진실이 확률이 높다는 그 이유로 우리는 우리의 인식을 정말 '진실'로 착각한다. 우리가 본 것은 진실이 아닌 그저 '겉모습'인데 말이다. 실제로는 후자의 사람이 전자의 사람에게 강도를 당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전자의 사람이 고급정장을 지인에게 빌렸을 수도 있다. 현대판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로버트 그린은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방법으로 "겉모습을 진실로 착각하는 경향"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자, 우리는 지금 두 가지 진실을 마주했다.


1. 우리의 인식은 (대게) 진실이 아니다.

2. 우리는 (대게) 겉모습을 진실로 착각한다.


이 두 가지 명제만으로도 벌써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마지막이 남았다. 바로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조언이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진실이 아니라고 알려주어도 결국 사람은 그 불완전한 인식으로 보고 있는 겉모습을 진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상을 왜곡해서 보고, 그 왜곡된 인식을 진실로 착각하며, 심지어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판단을 바꿀 생각이 없다. 정말이지 산 넘어 산, 강 넘어 강이다. 이 인식과 진실의 카오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다. 자신의 겉모습에 신경을 쓰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식과 겉모습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 겉모습은 아주 위험하고 강력한 무기이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겉모습은 믿을 것이 못되고 우리의 인식은 경험에 의해 왜곡된다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오직 눈에 보인다.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똑똑한 척을 하면 된다. 돈이 많은 사림이 되고 싶으면 돈이 많은 척을 하면 된다.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관대한 척을 하면 된다. 그럼 그것이 곧 진실이 된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여기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역시, 진실은 눈에 보인다 이다. 웬만하면 말은 아끼고 최대한 그럴듯한 겉모습만 많이 보여줘 한다. 주변에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겉모습을 꾸미기만 하면 된다. 옷을 포멀 하게 입고, 가방에 왠지 어려워 보이는 책을 넣고, 가끔 펼쳐서 읽어라. 핸드폰 말고 수첩이나 노트에 수기로 필기하고 안경도 쓰면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필기체도 신경을 쓰면 좋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위의 행위들은 실제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을 고지능자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준다는 연구결과들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너무나 유치하고 뻔한 행위들이지만 우리의 눈과 뇌는 이런 뻔한 수작에도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간다.


물론 똑똑해 보이는 겉모습으로 주변으로부터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당신이 실제로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로버트 그린의 베스트셀로 인간 욕망의 법칙 (The 48 laws of power)의 5번째 법칙은 "목숨을 걸고 평판을 지켜라"이다. 특히 여기서는 좋은 평판이던, 나쁜 평판이던 일단 확고한 평판은 도움이 됩니 어떤 종류라도 일단 확고한 평판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겉모습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진실을 결국 겉모습이다. 이는 인간 종의 한계다. 그러니 이를 이용하자. 진실은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에겐 겉모습이 곧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