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같은 것을 바라고 언제나 같은 것을 거부할 것
언제나 같은 것을 바라고 언제나 같은 것을 거부할 것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의 문장이다. 세네카는 폭군의 스승이라는 오명을 지니고 있지만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로 규율을 지키고 도덕을 중요시 여기는 철학자였다. 네로에게 늘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세네카는 결국 자신의 제자에게 자살할 것을 명 받고 생을 마감한다.
세나카는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했다. 그는 가장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였다.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완벽한 삶이란 도덕과 이성에 충실한 삶이었다. 하지만 도덕을 정의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현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신이 내린 계명인가? 사회적 계약인가? 약자가 만들어낸 허상인가? 이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건 반드시 대답해야 할 과제였다. 이런 질문조차 대답하지 못한 스토아 철학자가 어떻게 완벽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오랜 고민 끝에 세네카는 가장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스토아 철학자가 어떤 삶을 목표로 해야 할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언제나 같은 것을 바라고 언제나 같은 것을 거부할 것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평생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나을까? 평생 정의를 따르는 것이 좋을까? 평생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좋을까? 평생 부지런히 사는 것이 좋을까?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어느 것이 나에게 더 이익이 될까?
폭식은 그 찰나의 순간에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삼시세끼 평생 폭식을 한다면 결국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될 것이다. 거짓말은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해 줄 수 있지만 계속해서 거짓말만 한다면 결국 그 위기가 복리로 불어나 당신을 덮치게 될 것이다.
세네카는 당신이 위의 질문에서 내린 답을 도덕이라 정의하고, 그 도덕을 어느 순간이든 지키는 절제력을 이성이라고 보았다. 즉, 가장 완벽한 인생은 매일 같은 것을 선택하고, 같은 것을 거부하는 인생이다. 그는 뒤이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어차피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일 때만 언제나 같은 것이 보편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쁨을 줄 수 있다.
세네카가 사망하고 무려 18세기가 지난 뒤 어느 한 위대한 철학자도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영원회귀설을 주장한 프리드리히 니체이다. 니체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자신이 태어났을 때로 돌아가 같은 삶을 똑같이 반복한다고 믿었다. 즉, 오늘 먹은 점심은 다음 생의 오늘에서도 먹어야 하고 그다음 생에서도, 그다음 생에서도......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니체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당신은 그 선택을 무한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일례를 소개하겠다. 스토아 철학자 소 카토의 이야기다. 그는 로마 원로정의 마지막 시기 호민관을 지냈던 인물이자 1차 삼두정치가들에게 대항하는 원로원의 대표 격 인물이었다. 그는 평생 검소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카이사르 내전에서 그는 카이사르를 대항해 맞서 싸웠지만 결국 카이사르가 전쟁에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결을 결심한다. 그는 자결을 결심한 날에 태연하게 사람들을 초대해서 자유란 무엇인가 대해 토론을 한다. 그 후 홀로 방에서 플라톤의 파이돈을 읽다가 칼로 자신의 배를 찔렀다.
그의 신음소리를 듣고 가족들이 의사를 데려왔고 의사는 정성스럽게 그의 배를 봉합했다. 하지만 카토는 자신의 손으로 봉합된 배를 절개한 후 자신의 내장을 손으로 끄집어내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죽기 전 카이사르가 분명 관용을 베풀어줄 테니 그에게 투항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카토가 항복했다면 카이사르는 당연히 받아주었을 것이다. 내전 이후 원로원파와 갈등을 겪을 것이 분명한데 원로원파의 대표인 카토를 포섭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토는 원로정치를 무너뜨리고 독재자가 되려는 카이사르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카토가 생각하기에 정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세상은 카이사르의 것이 되었다. 더 이상 카토는 지금까지 선택해 온 정의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생 같은 것만 선택하는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스토아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불의를 선택할 바엔 자신의 손으로 내장을 꺼내 죽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카토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정직했고, 검소한 삶을 살았고, 적어도 자신이 생각한 정의를 꾸준히 실천해 왔다. 오히려 이 삶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다. 그는 죽기 전 나눈 자유에 대한 토론에서 정직한 사람은 마치 소크라테스가 그랬듯 죽어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산 사람에게는 죽음의 공포에서조차 자유로운 것이다.
완벽한 인생을 산 소 카토의 삶은 단순히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언제나 같은 것을 바라고 언제나 같은 것을 거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