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8): 혀에 맴도는 말

비밀, 혀에 맴도는 말, 매력적인 글

by 이다이구

가장 매력적인 언어는 비밀 이야기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말의 기본적인 속성은 정보의 전달이다. 그런 면에서 말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다.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다. 반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말하지 않음, 즉 비밀이다. 오직 비밀만이 나의 것이다.


비밀은 무엇일까? 어느 것이 비밀이 될까?


또한 말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혀 끝에 맴도는 말과 머릿속의 말이 그것이다. 머릿속의 말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머릿속에서 문법과 논리, 그리고 순서를 조합하며 만들어진다. 머릿속의 말에는 비밀이 없다. 발화되지 않은 머릿속의 말은 구겨진 종이에 적힌 습작에 불과하다. "소크라테스는 향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비밀이 될 수 없다. 내가 이 말을 하지 않고 머리속에만 남겨둔다고 해서 비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발화되지 않은 말이다.


내가 흥미를 가지는 쪽은 혀 끝에 맴도는 말인데, 이것은 밖으로 배출되기 간절히 원하는 순수한 욕망의 언어이다. 당장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는 못 참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가십이 대표적인 예다. 가십은 혀 끝에 맴돌며 발사될 표적만을 기다린다. 적당한 대상을 몰색하다가 찾으면 곧바로 혀에 의해 튕겨져 발사된다.


비밀은 장전된 석궁의 위태로운 화살이다. 화살은 혀 끝에서 계속해서 맴도는 말이다. 약간의 트리거만 발동되면 바로 튕겨 날아갈 이 말을 기어코 역류한 위산을 억지로 삼키듯한 인내로 참아내는 것이 비밀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건 비밀 그 자체의 매력이 아니라 석궁에 장전된 화살, 즉 "혀 끝에 맴도는 언어"의 매력인 것이다.


혀 끝에 맴도는 언어는 문법도 논리도 순서도 없고, 위험하고 성급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매력적이다. 파스칼 키냐르는 독자를 흥분시키는 글을 쓰라고 했다¹. 독자는 비밀 이야기에 흥분한다.


혀 끝에 맴도는 말을 글로 적을 것. 그리하여 독자를 흥분 시킬 것.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혀 끝에 맴도는 말, 그 무질서한 언어를 문법에 맞게 글로 쓰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혀에 맴도는 말로 적을 수 있는 글은 기껏해야 한두문장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결국 머리를 쥐어뜯으며 온갖 단어를 끌어모아 대조하며 순서에 맞게 배치하려고 한다. 이렇게 노력해서 쓴 수 십 페이지의 글은 혀에 맴도는 말로 몇 분 만에 쓴 한 문장보다 못하다.


게다가 말과 달리 글은 올바른 순서와 논리가 없다면 읽는 사람이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심지어는 불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비밀스러운 글을 써야겠다. 마치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처럼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질서 안에서 무질서를 채우고 싶다. 명확하게 조심성 없는 성급한 글을 써야겠다.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비밀이다. 비밀 그 자체의 매력이 아니라 혀에 맴도는 말의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혀에 맴도는 언어를 사용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1. Pascal Quignard. Rhétorique spéculative.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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