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11): 대화와 오해

몬더그린 효과

by 이다이구

예전에 유행하던 영상이 하나 있었다. 해외 힙합 밴드 Baha Men의 〈Who Let The Dogs Out〉 뮤직비디오다. 하이라이트에서 그들은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우울할 때 X싸! 우!우!우!


물론 실제 가사는 이렇지 않다. 실제 가사는 제목과 같은,


Who let the dogs out!


이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우울할 때 X싸!"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린다. 이른바 몬더그린 효과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가 익숙한 모국어처럼 들리는 현상이다. 외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슷한 발음을 가진 모국어로 그것을 멋대로 해석해 버린다.


이 몬더그린 효과는 흔히 코믹한 용도로 소비되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진다.


언어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자. 언어는 놀라운 도구다. 우리의 마음속 소리를 문자로 바꾸어 타인에게 전달할 수도 있고, 후세를 위해 기록해 남길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우리는 언어의 놀라운 면에 감탄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동시에 그 불완전성에 절망할 이유도 충분하다.


언어의 불완전성을 떠올려 보자. 만약 우리가 마음속 진의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을 갈등은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내가 느끼고, 보고, 들은 것을 언어로 완벽하게 옮기기에는 우리의 표현력은 늘 부족하다. 그 탓에 우리는 오해하고, 과소평가하고, 실망하고, 억울해하고, 슬퍼한다.


대화는 정보 전달이라기보다 차라리 ‘고요 속의 외침’에 가깝다. 이 게임은 우리가 왜 대화에서 자꾸 오해하는지를 너무나 정확하게 보여 준다. 화자는 크게 외친다. 그러나 청자는 귀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큰 소리의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끼고, 그 위에 귀마개까지 덮는다. 화자의 간절한 외침에도 청자는 거의 듣지 못한다. 겨우 들어온 몇 개의 음절과 입 모양으로 추측할 뿐이다.


설명만 들어도 혼란스럽고 답답한 이 게임은 화자와 청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에 딱 맞는다. 하지만 현실의 대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어폰과 귀마개조차 없이 서로를 오해한다는 점에서 더 우스꽝스럽다.


애초에 우리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그러니 각자의 언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다. 물론 우리는 둥글고 빨갛고 사과나무에서 나는 과일을 모두 “사과”라고 부른다. 이런 차원에서 언어는 대상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꽃”을 떠올려 보자.


무슨 꽃이 떠오르는가? 장미인가, 해바라기인가, 민들레인가, 튤립인가, 벚꽃인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종류만 다른 것이 아니다. 꽃을 떠올릴 때 따라오는 감정과 기억도 전부 다르다. 이 어긋남은 ‘고요 속의 외침’에서 삐뚤어진 채로 들려오는 노래와 비슷하다.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우리는 결국 ‘내 언어’와 ‘내 생각’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화자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해석을 듣고 있는 셈이다. 이것 역시 일종의 몬더그린 효과다. 이 모든 왜곡을 뚫고 제대로 도착한 언어는 극소수이고, 그 몇 조각만으로 전체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어폰도 귀마개도 없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는 이 우스꽝스러운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화자의 입장에서는 해법이 비교적 단순하다. 어휘력을 늘리면 된다. 더 정확하고 더 명확한 표현으로 자신의 언어를 날카롭게 다듬는 것이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잠재적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청자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와 타인의 언어가 얼마나 다른지 잘 가늠하지 못한다. 같은 한국어를 쓰고 있어도, 사실은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외국어를 번역하듯 그 사람의 언어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배우듯이 타인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단어 하나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에 놓여 있다. 흔히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몬더그린 효과를 넘어 한 사람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오해는 다른 사람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해석해 버리는 몬더그린 효과에 의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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