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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Jun 13. 2023

2023.06.09 <두더지꾼>

글근육 키우기 01


“이봐, 자네. 보물을 찾는다고?”


선술집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있던 차였다. 후줄근한 망토를 걸친 사내가 대뜸 보물을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보물을 찾고 있는 건 맞다. 그야 나는 땅에서 보물을 캐는 도굴꾼이니까. 그러나 나는 질문을 던진 사내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을에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제 입으로 보물을 찾고 있다고 말한 적도 없었으니까. 의심 가득한 눈으로 경계하자 사내가 말했다.


“자네 경계하는군. 나도 두더지꾼이니, 척이면 척 아니겠는가.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보물을 찾으러 가지 않겠는가?”

“보물? 무슨 보물이요?”

“신의 보물이라네.”

“그런 게 있었습니까? 듣지 못했는데요?”

“정말로 보물이 있다니까!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네!

“모든 걸 건다고요? 하하, 당신이 말한 보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바다와 땅의 경계 끝에 있다네. 그 경계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보물을 묻은 장소이지. 그러나 번거롭게도 보물이 나타나는 시간이 있는데, 불사조가 눈물을 흘리는 때라네. 그 말을 듣자마자 두더지꾼을 무시하고 술을 마셨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신의 보물을 숨긴 장소에 오고야 말았다. 나는 나무에 가려져 불사조의 눈물처럼 보이는 태양을 보았다. 눈이 점점 멀어지더니 이윽고 암흑이 찾아왔다. 시력을 잃고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두더지 꾼이 말했다.


“고맙군, 제물이 되어줘서. 신의 보물을 가져갈 수 있는 건 자네 덕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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