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0 <노숙자니스트>
글근육 키우기 02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도시공원이 있다. 도시공원은 이름하여 센트럴 파크. 빌딩들로 즐비한 도심 속에서 숲의 녹음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렇다 보니 공원 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 로건은 평상시에 입지 않는 빛바랜 셔츠와 늘어진 바지를 입었고 익숙하지 않은 허름한 군화를 신었다. 그리고 낡은 백팩을 들고 한 손에는 빈 물통을 든 채 센트럴 파크를 찾았다. 오늘은 이곳에서 연주를 할 계획이다.
“로건 씨, 준비됐죠?”
“네, 연주는 어디서 하면 됩니까?”
“저기, 저쪽에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놓았습니다. 그곳에서 최고의 연주를 보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딱딱한 대화가 오고 갔다. 로건은 피아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깨에 멘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물통처럼 그것은 빈 통이었다. 빈 물통을 가방 옆에 어지러뜨려놓고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다. 깨끗하고 가지런한 긴 손이 낡은 건반과 대조되어 보였다. 그는 악보 없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로건에게 쏠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 걸음을 멈췄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런데 실력이 제법 좋다. 선율이 아름답다. 마치 분수대에서 물이 튀어 올라 무지개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로건은 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뒤에는 카메라맨과 연출진이 사람들의 반응을 녹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