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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Jun 13. 2023

2023.06.11 <거래>

글근육 키우기 03


카밀라는 라이트를 켠 거울 앞에 앉아 제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름 하나 없이 매끄러운 얼굴과 칙칙한 검버섯이 없는 말끔한 피부, 그리고 축 처지지 않은 탱탱한 살은 60년 전에 느꼈던 젊음이었다. 만족스럽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거래를 할 걸 그랬다. 카밀라는 턱에 손을 괴고 거울에 비친 제 미모를 감상했다. 거울 뒤로 수행 비서가 다가왔다. 흑갈색 눈동자가 제 얼굴에서 수행 비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회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그게... 한번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타이트하게 붙은 드레스가 날씬한 몸을 여실히 보였고 한쪽 면이 갈라진 치맛자락은 탱탱한 허벅지를 드러냈다. 구두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당찬 걸음이다. 이제는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을 것 같다. 카밀라는 수행 비서를 따라 방을 나섰다. 그리고 복도로 들어선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허리가 굽은 노파가 있었다. 한때 인생의 훈장이라며 자랑스러워했던 과거의 몸이다. 지금은 그저 냄새나고 추악한 노인에 불과하지만. 카밀라는 덤덤히 물었다.


뭐지?

도, 돌려주세요.

무얼?

제, 제 몸을요.


기가 막혔다. 거액을 받고 몸을 팔았으면서 이제 와 다시 달란다. 카밀라는 노파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선택은 네가 했단다. 우리의 계약은 이미 끝났어.


나는 살기를 원했고 너는 죽음을 원했잖니.

카밀라는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젊음이 가득한 싱그러운 미소로 노파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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