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0 <인어>
글근육 키우기 11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지 몇 해가 지났다. 올해로 3년 차였던가. 3년 차여도 나는 매우 어설펐고 베테랑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물 공포증 때문이었다. 얼마나 심했으면 가르친 강사들이 기본기만 해도 훌륭하다며 박수를 쳤을까.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물이 무섭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오늘은 마음을 독하게 먹은, 그런 날이었다.
“수심이 아주 깊지는 않아요. 그래서 바닥이 잘 보여요. 쓰레기가 보이면 망에 넣어주시고요.”
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심호흡을 했다. 물비린내가 얼굴을 때리듯 풍겼다. 물에 닿자마자 가슴이 과하게 뛰었지만, 괜찮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머리끝까지 물에 잠기자 등골이 서늘했다. 귓가로 물속 특유의 꿀렁거림이 들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수심이 깊지는 않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바위에 물이끼가 잔뜩 껴있었고 쓰레기가 더러 보였다. 저번에도 망 가득 채워 나갔는데, 오늘도 왠지 그럴 거 같다. 집게로 바위틈에 쓰레기를 빼냈다. 그러다가 나는 거칠게 숨을 뱉었다.
‘미친! 사람이야!! 사람! 어? 아닌가?’
바위 위로 여인이 누워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물결을 따라 흐느적거렸다. 마치 소파에 기대어 누운 자세처럼 편안했다. 특이하다. 물속에서 어떻게 저런 자세를 할 수 있나. 아마도 그럴 수 있었던 건 물고기 꼬리 같은 하체 때문일 것이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저 여인은 인어라고. 그러나 발견한 기쁨도 잠시 불안함이 들었다.
‘죽, 었나?’
인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가슴에 손을 꽉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뭘 움켜쥐고 있는 걸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인어의 손에는 찢어진 하얀 커튼과 그물이 몸을 휘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