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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Jun 22. 2023

2023.06.22 <거짓말>

글근육 키우기 12

[이미지를 보고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해당 지명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거 들었소?”

“무얼 말이오?”

“후지산 끝에 백각사가 생겼다는 소문 말이오.”

“에엥? 후지산에 백각사요? 교토에 금각사는 알아도 백각사는 처음 들어보는데?”

“거짓말하지 마시오. 후지산 끝에 백각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릴!”

“어허! 거짓말이라니! 진짜라니까~!”


붉어진 얼굴로 얘기하던 사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디 거짓말할 사람이오!”


후지요시다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저 사내가 누군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벚꽃 무늬의 완장을 찬 그는 후지요시다에서 이름 있는 상단의 말단 직원이었으니까. 그 상단은 신뢰를 철칙으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그랬기에 거짓 같으면서도 묘하게 진실 같아, 사람들은 너도 나도 미간을 좁혔다.


“도대체 누가 후지산을 가봤단 말이오? 올라가기도 전에 요괴에게 잡혀 죽을 것인데?”

“막부에서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곳이 후지산 아니오? 신성한 곳이기는 하나, 도대체 저 높은 곳을 누가 오른단 말이오?

“저기, 저 앞에 있는 노인이 올랐다 하던데?”

“뭐요? 누구?”


사람들의 시선이 사내가 가리킨 쪽으로 일제히 돌아갔다. 반듯하게 세운 벽 아래로 거지 행색을 한 노인이 쭈그려 앉아있었다. 파리와 해충이 꼬일 만큼 악취가 심했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입 안에 토기를 끌어올려 쓴맛을 낼 정도였다. 입은 유카타는 또 어떻고? 족히 년은 되어 보였다. 낡고 허름하고 푸석거렸다. 그런데다 게다도 없이 맨발로 다녀서 발바닥이 개똥 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다시 사내에게로 고개를 틀며 말했다.


“제정신이오? 저자가 어디를 올랐다고?”

“저 노인이 정신을 놓은 건 아시오?”

“진짜라니까. 저 노인이 이런 걸 가지고 있었다고!


사람들은 사내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의 손에는 하얀 조각이 있었다. 백색으로 빛나는 걸 보아 옥으로 만들어진 거 같다. 정교하게 깎아 만든 조각을 보다가 다시 노인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어찌하면 갈 수 있소? 지금 당장 오르면 되오?”

“에헤이~ 이 사람아. 아무 때나 가면 이게 귀한 보물이 되겠는가? 시기가 중요하네, 시기가!”

“시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날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야 하네. 벚꽃 사이로 후지산을 보면 백각사가 나타난다고 하지.”

“봄철이래도 후지산은 추운 곳인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닌가?! 때마침 벚꽃도 흐드러지게 폈는데, 같이 올라가 볼 텐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껄껄껄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산을 올랐다. 그리고 어둑한 숲에 들어서자 슬쩍 한 걸음 뒤로 나와, 팔에 찬 완장을 빼냈다. 그러고는 흐트러진 머리를 다듬었다. 순식간이었다. 사내가 여인으로 변한 것은. 여인은 붉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사람들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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