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mage Writin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담 Jun 23. 2023

2023.06.23 <귀신 사진>

글근육 키우기 13


전날 비가 한차례 쏟아져서 영향을 받았나 보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바람결에 꽃내음이 나니 정말 봄이 왔구나 싶었다. 심지어 미세먼지도 없어, 목 안이 꺼끌꺼끌 하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최고의 날이었다. 날씨가 이랬으니 당연히 <제이에스 랜드>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지금은 기구 점검 시간이라서 줄을 선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여유로워서 좋다. 이런 여유가 계속 이어지길, 서연은 바랐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구 점검이 끝났음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서연은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저렇게도 좋은가? 헐~ 쟤는 또 타네? 이번이 다섯 번째 아닌가? 목도 안 쉬나 봐. 응?


이상하다. 사람들 속에 거뭇한 그림자가 보였다. 피곤해서 헛 게 보이나? 서연은 제 눈을 비비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뭐, 별일 아니겠지.’


그러고는 상자 안에 담긴 굿즈 상품을 내려다봤다. 서연은 굿즈 숍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그것도 롤러코스터가 위치해 있는 곳, 바로 옆에 있는 굿즈 숍에서 일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굿즈 숍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쳐야 입구로 나갈 수 있었다. 서연은 부들부들한 인형을 들어 진열대에 가지런히 넣었다. 그러다가 굿즈 숍 선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서연아, 잠깐 이리로 와봐. 이 사진, 이상하지 않아?”


서연은 선배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건넨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화창한 하늘 아래 붉은색 열차가 레일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앞에 네 좌석에 사람 네 명이 찍혀 있었다. 어린아이 둘과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 둘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좌석에 앉은 엄마만 신나 보이는 게... 아무래도 셋은 억지로 탔나 보다. 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사진을 보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분명히 이 롤러코스터는 사람들로 가득 태우고 내려왔었다. 굿즈 숍에 상품을 보는 사람들이 16명이었으니까. 그런데 사진에서는 12명이 찍히지 않았다. 보이는 사람은 아이를 포함해 4명뿐. 서연은 선배를 마주 보았다.


“선배, 왜 사람이 타고 있죠?”

“그러니까.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지? 귀신들만 있어야 하는 곳에 왜 살아있는 영혼이 있는 거야?”

“또 꿈으로 들어왔나 봐요. 어디서 자꾸 들어오는 거람? 저승사자님 호출할게요.”


이승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한때 이슈였던 <제이에스 랜드>는 저승에서 운영하는 놀이동산이었다. 살아생전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고 가라는 염라대왕님의 배려로 지어진 곳이랄까? 그랬기에 살아있는 영혼은 출입 금지였다. 한숨을 푹 쉬던 서연은 테이블 아래에 사자 호출이라고 적힌 버튼을 꾹 눌렀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06.22 <거짓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