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생기면 과도하게 긴장을 하고, 해보기도 전에 수많은 생각을 한다. 생각이 곧 걱정이다. 걱정을 사서하는 스타일이다. 막상 준비 한 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큰 일을 닥치면 대범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곤 했다.
인간의 뇌를 설명할 때 진화 단계에 다라 파충류 뇌(뇌간, 생존하려는 마음), 포유류 뇌(느끼는 마음), 인간 뇌(사고하는 마음, 이성의 뇌)로 구분된다고 한다. 파충류 뇌는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미리 각성시켜 피해를 줄이려는 생체 본능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게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사람은 감정과 이성이 마비된다 따라서 들어오는 정보나 상황을 자기 식대로 판단하고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기에, 올바른 판단이 되지 않는다.
최근 '00 리딩클럽'모임에서 발표를 했다. 소위 새벽 5시부터 독서를 하고, 2주 차 토요일마다 발표를 하는 것이다. 발표를 하겠다고 발표자료를 만들어놓고 기다리는데 '심장이 벌렁거린다'라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불안으로 인하여 긴장했다. 그 불은 '발표를 잘 못하면 어떻게 하지, 혹 내가 잘 모르는데 발표해서 망신당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속 마음이 들렸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나오는 불안 심리였다. 호흡하면서 그리고 종이에 나의 현 상태를 글로 쓰면서 '요동치는 마음'을 달랬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중요한 순간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서두르고 급해지면서 과도하게 불안해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들리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사람들 성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릴 때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어릴 때를 상상해보면 부모님은 늘 바빴다. 아버지는 약국일을 하면서, 동네 이장으로 이곳저곳 다니기 바빴다. 엄마는 부녀회장으로 항상 집에 안 계셨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식사한 기억이 많지 않은 건 당연했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일을 나가셔야 했기에 집 문을 열면 늘 냉기가 먼저 반겨주었다. 분명 집에 아무도 없음에도 '엄마'를 불러보는 건 어쩜 따뜻한 온기와 웃음으로 맞이해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서인지 모른다. 아마 세상이 어린아이 눈에는 너무 커서 내가 담기에는 두렵고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낯설고 서툴렀다.
2. 실수도 성장이라는 생각보다는 실패라는 도식이 체득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집안 환경 속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거나, 실수를 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는 환경일 경우 실수할까 봐 긴장하기 쉽다. 인간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통해 성숙되어가는 인격체임에도, 실수=실패라고 생각하고 작은 성공경험은 무시하고 큰 성공만을 기억하고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성취 경험은 무시되기 쉽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몸이 긴장되고 수축되면서 자연스러운 자기 발현이 막히게 된다.
3. 다양한 경험과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일수록 위험을 크게 본다.
인간은 다양한 활동과 사람을 만나면서 배운다. 그들을 통해 '아 이런 방식으로도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했을 경우 안되는구나'를 간접적으로 배우게 된다. 좁은 행동반경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은 사물을 보는 폭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파악하는 능력도 작을 수밖에 없다. 자기가 보는 세상을 통해 사물을 보고 세상살이를 보다 보니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자기 예측 시스템에 작은 변수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기 때문에 과도하게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수는 자기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나 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고, 그걸 처리하려고 급급하게 된다.
4. 인생 목표나 비전이 없는 사람일수록 위험을 크게 평가한다.
주변에 인생 목표나 비전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기 현실이 변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늘 안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되기에, 새로운 도전이나 만남을 가지지 않는다. 인생 목표나 비전이 없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살면 만족한다'라는 사고방식에 절어 있기에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만 본다. 그런 위험이 주는 이면의 혁신이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어쩜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게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즉 우물 안 개구리이다. 서서히 끓어오려는 물에 헤엄치면서 '난 괜찮아. 이대로 좋아' 노래를 하고 있는 풍경이다.
5.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자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해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부족하다. 자기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보니 상대로부터 오는 작은 피드백에도 흔들린다. '아 나는 부족한 사람이구나, 나 안되는구나'라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규정해버린다. 자기가 한 결과물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비판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해도 높게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상대가 높게 평가해도 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위로'의 말이나 '인사치레'말로 치부하기 쉽다.
몇십 년이 흘러도 과도하게 긴장하는 버릇을 고치기 힘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시도를 하고 도전하면서 쌓인 경험치가 많아지고, 작은 성공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작은 실수나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대신 오늘 내가 왜 이것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 보니, 불안한 감정이나 걱정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발표는 무사하게 마쳤다. '발표가 인상적이었다'라는 말들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인정하지 못하고 발표에서 미진한 부분을 찾아내려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보였고, 불안한 감정과 걱정들을 스스로 달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험에 빠드리는 것은 '위험' 자체가 아니라,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생각이 더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