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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08. 2021

코로나 격상되기 전에 몸과 마음은 이미 집안으로 맴돌다

- 조용히 넘어가길 바란다.-

                                                                                                                                                        

코로나 2.5에서 3단계로 격상될지 모르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바깥으로의 출입을 삼가야 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초3은 주 2회, 초6은 주 1회 학교로 가다, 이제는 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엄마인 나도 따라서 곁에 지켜보며, 챙겨주어야 할 일들이 있다. 특히 초 3학년생인 2호는 늦잠을 잘 때도 있고, 알림장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곤 했다.  선생님이 오늘 수업준비물이라는 알림 PPT를 띄우면 그제야 자기 책상으로 가서 책을 가져와 거실 컴퓨터에 앉아 수업을 받았다. 


처음보다 선생님이 시연하는 줌 수업도 안정적이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방법과 기법도 향상된 느낌을 받았다. 선생님처럼 연구하고 또 연습하고 하니 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은 아이들 태도나 말하는 자세만 봐도 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것 같다. 바로 피드백을 통해 알려주는 속도가 빠르시다. 가끔 우리 아이는 엄마가 안 보는 사이, 컴퓨터 게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주의 집중 시간이 짧다. 어른인 나조차도 1시간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는 것이 힘든데, 아이는 오죽하랴 싶다.          


                                                                                                                                                           

가끔 초 3학년인 아들에게 Zoom 사용법을 배우기도 한다. 오디오 체크부터, 가상 배경 바꾸는 거, 그리고 새로 등장한 비디오 필터를 적용해서 선보이기도 하고, 엄마 눈썹 색깔과 입술 색깔까지 바꾸어 주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 조작법에 능숙하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외부 장기로 핸드폰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2호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 방학을 끝내고, 2호가 “엄마, 제가 학교 수업과 비교해보니, 줌 수업은 기억에 잘 남지 않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겠어요. 학교 수업이 좋은 거 같아요. 친구도 볼 수 있고.” 


그런데 어쩌랴, 아이들은 0.1평 남짓 크기의 책상 속 모니터 앉아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배움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원격수업은 이미 예정된 것인데, 코로나 19로 시기가 당겨진 것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요즘 외국 MOOC 열린 사이버온 라인 강좌에서 학위 따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부모가 먼저 배우지 않으면, 세상에 도태되기 이전에 아이들에게 ‘따’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다. 그들이 만들어 갈 세상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 또한 내 자녀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없다. 


Zoom은 중국의 한 개발자가 장거리에 있는 애인과 만날 수가 없어서, 화상으로 만날 수 없을까 생각하다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이 사람이 그 여성과 결혼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Zoom 프로그램 개발 이유가 교육용이 아니라 연애용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조만간 사람들이 직접 교육받는 것이 힘들어지면 자신들의 아바타가 교육받게 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사람인 우리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아니면 뇌로 직접 입력하게 만들어, 교육받는 시간을 줄이게 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럼 그때 가서 우리 감각 기관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눈동자는 좌우로 돌아가지 않고 한 방향으로 고정되고, 시력은 약해 제3의 시력보호용 안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특히 바깥 운동을 잘하지 않아 팔과 다리 근육은 약해지는 대신 배는 나오고, 햇볕과 접촉시간이 짧아 머리카락은 잘 자라지 않고, 세상 소음에 익숙해지지 않아 귀 청력은 약해질 것 같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왜 ET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격상되기 전에 심리적으로 길을 걷다 사람을 만나면 눈을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돌리게 되는 사회 현상이 슬프다. 오늘 일주일 장을 보면서, 사람들 카트에 수북하게 쌓이는 생필품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상상의 세계가 빠른 속도도 온다고 해도,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잠잠해져서 마스크라도 벗고 다니고 싶다. 최근에 2호가 줌으로 수업받을 때 2호 담임이 “선생님은 코로나 19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궁금했어요. 알고 보니, 코로나 19를 만나면 때려주고 혼내서 얼른 없어지라고 하고 싶었대요.” 그 말을 듣다 보니, 아이의 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이 겨울 조용하게 넘어가길 매 순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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