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행복한 검은 고양이

- 봄맘 창작동화

by 봄맘

어스름이 깔린 골목길을 따라가면 막다른 곳에 쓰러져 가는 공터가 나온다. 여러 가지 풀과 잡초, 플라스틱병, 깨진 그릇, 폐자재 등이 섞여 음산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구석진 곳에서 ‘야~~아 ~옹’, ‘야~아~~아~옹’ 하면서 숨을 몰아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석탄가루에 검은 물감을 타서 색칠한 듯 시커멓게 그을린 듯한 색깔의 털과 반쯤 감기는 듯한 눈, 서 있기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마른 네 발을 한곳으로 모은 채 어떤 소리도 거부한 듯 바짝 엎드려 있다. 며칠째 배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녀 보지만 허탕이다. 이젠 야옹 소리마저도 허기를 더하기에 그 소리마저도 끊어질 듯 잦아진다.


이렇게 살아온 날이 몇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늘 뭔가를 찾아 헤매다니고 쫓겨 다니다 보니 소리에는 민감하다. 모기가 ‘웽’하는 소리에도, 바람이 풀잎을 스치고 가는 소리에도 귀를 세우게 된다. 가끔 꿈을 꾸면 어디선가 나타나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손이 보인다. 그 손길은 늙고 주름진 손이었다. 좀 더 달라고 고개를 들어보면 보이지 않는다. ‘야~옹’소리를 애타게 내며 그 손의 주인을 찾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깨곤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먹이를 찾으러 나간다. 레고블록처럼 조밀하게 붙어있는 ‘라르고’ 주택가를 어슬렁거리다 어디선가 위장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에 저절로 이끌려 간다. 그 냄새가 있는 곳으로 몸을 던져 덮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육중한 발에 머리를 한 방 맞고 나니 바닥에 그대로 떨어진다. 한참 후에 온몸이 떨리는 통증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우람하고 때깔이 좋은 회색 고양이 녀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때릴 듯이 쳐다보고 있다.

“어디서 날아온 놈이야!! 감히 우리 구역에 먼저 손을 대다니!!”

‘우리’라는 말에 ‘이 녀석만이 아니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역시나 여러 마리 고양이들이 회색 고양이 주변을 엄호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서는 순간 그 녀석들에게 차례로 맞을 것 같아서 최대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른 가시처럼 뻣뻣하게 생겨 힘도 못 쓰게 생겼네. 썩 꺼져!!, 내 마음 뀌기 전에!!!”회색 고양이가 말을 하자, 다른 고양이 녀석들도 “꺼져야지. 뭘 꾸물거려. 대장이 봐주는 거야. 운도 좋네” 말한다.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어디로 뛰었는지도 모른다.

한 참 후에야 눈을 들어보니 넓은 마당이 있는 2층 주택가 담장 밑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떨리는 다리들을 진정시키면서 최대한 몸을 낮춰 쭈그려 앉았다.

또 주름진 늙은 손이 나온다. 고양이 사료가 듬뿍 담긴 그릇을 앞에 준다. 연신 맛있게 먹고 나서 다시 혀를 날름거리며 더 달라고 애원해본다. 하지만 기다린 먹이는 없다. “더 주세요. 더 먹을래요”라면 연신 야옹거리며 주름진 손을 핥아 보지만 이내 그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갑자기 콧구멍 속으로 향긋한 냄새가 들어오고, 나긋한 소리가 귀를 자꾸 세운다. 음악 소리인 거 같기도 하고, 성악가 집에서 나오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점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니 자신을 비비며 흔들어 깨우는 소리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야~아~옹!! 일어 나봐!!”

“야~아~옹!! 여기 추워!!”

“야~아~옹!! 눈을 떠봐!!”

“야~아~옹, 야~아~옹, 들리니!!”

눈을 뜨니 희미하게 빛이 퍼지면서 까만 눈동자에 하얀 털이 수북하고 빨간 입술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길 다란 속눈썹, 둥근 세모처럼 아담한 귀, 윤기 나는 코, 적당하게 균형 잡힌 몸. 한눈에 봐도 나와 처지가 다른 고양이었다.

고양이의 형체가 보이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고양이 사료 봉투에 환하게 웃고 있던 흰 고양이가 생각이 났다. 닮은 듯하다.

“왜 여기서 자고 있니?”

말을 하고 싶지만 야옹 소리 내는 것도 힘겹다. 온종일 먹지도 못하고 조금 전 회색 고양이 녀석에게 얻어맞은 머리 부분이 욱신거린다.

“마당에 산책 나왔다, 배고프니 더 달라고 자꾸 보채는 소리가 나와서 나와 본 거야.”

“너 배고프니?”

배고프다는 소리를 하기 전에 배에서 소리가 난다. 오늘따라 그 소리가 뇌에서 나는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너 정말 배고프구나. 호호호!!”

“야, 따라와 봐!!

따라나서야 하나 망설이는 내 모습을 보더니,

“요즘 입맛이 없어서, 내가 먹고 남은 음식을 네가 먹어주었으면 해. 요즘 내 주인이 내 몸매관리를 위해 특별 영양식을 듬뿍 주셔. 그런데 이젠 지겨워. 억지로 먹기도 싫고. 우리 주인이 알면 억지로 먹이려고 할 거야. 대신 네가 먹어주면 좋겠어.”

대신 먹어달라는 말이 낯설다. ‘먹을 것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녀석도 있었구나’ 생각이 드니 그 녀석이 부러워진다. 궁금하다. 도대체 먹기 싫은 음식이 뭔지….

흰 고양이 녀석은 보기와 달리 동작이 재빠르면서 걸음걸이가 가볍다. 녀석을 따라 다양한 나무와 풀, 꽃들이 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간다.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니 2층 베란다로 이어지고 그 녀석의 공간이 나온다. 푹신한 방석, 알록달록 칠한 집, 황금색으로 칠해진 자기 밥그릇, 그리고 녀석의 모습이 찍힌 포스터 등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내 황금 색깔 밥그릇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알록달록 색깔의 사료가 눈에 들어온다. 내 눈은 이미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인이 다양한 영양제를 넣어서 만든 특식이야. 요즘 모델 일하면서 여기저기서 불러주니 더 챙겨주셔.”

그 사료 봉지에 새겨진 모델이 이 녀석이었다.

“야 이쪽으로 와서 먹어.” 엘레나가 밥그릇으로 고개를 돌린다.

머뭇거림도 잠시 본능적으로 혀를 내밀며 다가가 먹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다 있네’라며 느끼는 순간, 이젠 배에 집어넣기 바쁘다. 또 언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위 속에 저장해두고 되새김질이라고 하고 싶다. 어느새 마지막 남은 노란 사료한 톨을 쳐다보다,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맛인가 음미라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혀는 그런 건 사치라며 바로 낼름 삼켜서 넘겼다. 옆에서 먹는 모습을 본 흰 고양이는 처음에는 신기하게 쳐다보다, 이내 자신의 숙제를 이렇게 잘 해주는 내가 고마운 모양이다.

“와~!! 너 몇 날이나 굶었니? 정말 잘 먹는다!!“

“네 덕분에 우리 주인이 좋아하실 거야. 종종 와서 좀 먹어 줘. 절대 부담 갖지 마. 나는 이젠 신물이 나!!”

흰 고양이 녀석의 시원시원한 제안에 갑자기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어디선가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엘레나! 우리 이쁜 고양이 어디 있니?”라며 점점 소리가 가까워진다.

흰 고양이가 바짝 긴장하더니,

“우리 주인이 오고 있어. 저기 베란다 구석에 가서 숨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문을 넘어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은 구석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짙은 밤이라 내 검은 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노란 색깔의 눈 두 개만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엘레나! 요, 이쁜 녀석, 다 먹었네. 역시 넌 이쁜 짓만 하네. ”

주인이 녀석을 안고 쓰다듬고 뽀뽀를 한다.

그 녀석은 최대한 ‘주인님이 최고예요. 주인님밖에 없어요’라는 듯이 몸을 밀착시키고 주인의 사랑밖에 없노라며 최대한 만족스러운 얼굴로 야옹거린다. 내 꿈에 보이는 주름진 손과 달리 ‘엘레나’의 주인 손은 길고 주름이 없이 깔끔한 손이었다. 주인의 손길을 받는 엘레나의 처지를 보고 있자니 내 처지가 비교된다. 저 녀석처럼 사랑받고 먹을 걱정 없으면, 매사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배고픈 고양이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 주는 멋진 고양이가 되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드니 배부른 고양이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랑받고, 그 사랑을 나눌 줄 아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저런 주인이 없는 걸까?’

‘왜 나는 왜소하고 못생기게 태어난 걸까?’

아니 하다못해 ‘흰털이나 형광 털이나 아니면 금빛 털이라도 가졌으면…….’

더구나 ‘나를 인정해주는 친구라도 있었더라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 위로 회오리처럼 지나가니 어지럽다.

“야옹, 이제 나와도 돼.”

“네 덕분에 우리 주인 기분이 굉장히 좋아하셨어. 고마워. 내 부탁을 들어줘서.”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해야 하는데, 먼저 말하는 녀석이 썩 괜찮아 보인다. 난 이제 흰고양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어주고 싶었다. 나에게 먹이를 나눠주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대해주기 태도가 신기했기 때문이다. 난 엘레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가 되면 어떤 것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주인은 내가 저기 보이는 사료 모델이 된 후로 나를 꼼꼼하게 관리하고 통제해. 가끔 너무 귀찮아. 하고 싶지 않아도 따라야 하니깐. 난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데….”

‘야. 며칠만 굶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어. 나라면 좋아서 춤이라도 출 거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그 녀석의 눈빛을 보니 더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부러워하는 녀석들도 있지. 하지만 나는 갑갑해. 그리고 난 친구가 없어. 낯선 곳에 가본 적도 없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어”

이 녀석에게도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내심 기뻤다.

갑자기 엘레나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아, 맞다. 한 녀석이 있긴 있어. 우리 주인이 가는 사교모임에 자주 오는 노파가 있는데, 그 노파의 고양이 녀석은 주인처럼 자기도 굉장히 잘난 줄 알고 아는 척을 많이 해. 말끝마다 우리 주인님이 그러시는데 하면서 이야기하지.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해. 듣기가 힘들 정도야.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엘레나, 난 이런 환경에서 살면 노래 부르며 다닐 것 같아. 걱정도 없이 말이야. 지금까지 오늘만 생각하고 살았어. 오늘이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하고 말이야. 재미있고 신나는 일은 생각도 못 해.”

나의 애절함이 섞인 목소리에 엘레나는 한참을 쳐다본다.

“그럼, 부탁 있는데, 종종 와서 내 것 좀 먹어줄래. 그럼 난 외롭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아.”

난 행복한 미소로 대답했다.


난 이젠 매일 엘레나가 있는 곳을 들렀다. 짙은 어둠이 내려올 때쯤 2층 베란다 창으로 들어가서, 새벽 별빛이 사라질 무렵 다시 나왔다. 엘레나는 자신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도 나를 위해 음식을 남겨 두었다. 엘레나의 따뜻함에 나는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엘레나에게 들려주었다. 엘레나는 내 이야기를 듣다 기분이 좋으면, 자기가 직접 지은 ‘시크’라는 이름을 불렀다. 어떤 부탁을 하든 거절하지도 않고, 행여 몸에 크게 난 상처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내 모습에서 ‘시크’라고 지은 것이다. 난 엘레나의 ‘시크’가 되었다.


장미가 될 거라며 아름답게 필 준비를 하며 기다리다, ‘너는 꽃이 될 수 없어’라는 참새 아저씨 한마디에 모든 희망이 사라져 살 기운을 잃어 말라가는 들풀 아가씨의 이야기, 땅 위에서 느리게 가면서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마음이 바쁜 달팽이 아줌마 이야기, 자신이 만든 것을 흘리고 다니면서도 연신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만든 물건을 본 적 없냐며 묻고 다니는 건망증에 걸린 쇠똥구리 아저씨 이야기, 일 만하다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주고 다른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난 개미 할아버지 이야기 등을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빛을 반짝이며 연신 ‘또’, ‘또’라고 말한다. 난 그럴 때마다 약간의 조미료를 가미해서 웅장한 서사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엘레나는 바깥세상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며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길에서 당하고 있던 줄무늬 고양이를 구해 준 일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엘레나가 알기 바랬다. 난 엘레나가 준 특별식 덕분인지 검은 털에도 윤기가 난다. 몸집도 커졌으며, 발의 근육도 생겨 튼튼해졌다. 무엇보다도 2층 베란다까지 빠른 속도로 올라올 정도로 동작이 민첩해졌다. 그래서인지 골목길을 탐색하고, 먹이를 찾는 능력도 향상된 게 느껴졌다.

평소대로 2층 베란다로 가서 엘레나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엘레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힘이 빠졌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갔을 녀석인데. 괘씸한 생각이 든다. 그러다 ‘’엘레나의 특식을 먹은 걸 주인에게 들켜 혼이 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혼이 났다고 사라질 녀석도 아니다.


한동안 엘레나라는 친구 덕분에 차가운 곳도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음 한 곳에 엘레나라는 친구가 있어 누가 뭐라고 해도 힘이 났다. 이젠 엘레나를 볼 수 없는 게 힘들었다.

오늘은 예전 회색 큰 고양이에게 당한 골목길을 향하고 있었다. 이 동네 근처에 큰 수산시장이 있어서 생선토막이 자주 나오는 곳이기에 뭔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야~옹, 야~아~옹, 놔줘요. 싫어용. 야용~~~”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혹시 ‘엘레나인가’ 하다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엘레나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난 너 같은 녀석이랑 같이 안 가, 당장 떨어지라고!!”하는 소리에 순간 본능적으로 달렸다.

회색 고양이가 흰 고양이를 놀리고 있었다.

“너 내 여자친구 하면 먹을 것 걱정 없어. 내가 보기엔 주인의 사랑을 받다 버림받은 거 같은데, 이런 곳에서 살려면 나같이 힘 있는 고양이 옆에 붙는 게 살길이야. 알겠지?”

회색 고양이가 흰 고양이를 타이르면서 다가가자, 공포에 질린 흰 고양이는 뒷걸음을 친다.

옆에 있던 녀석들은 오히려 “야 넌 복 받은 거야. 우리도 대장 밑에서 얼마나 잘 먹는데. 먹을 걱정 필요 없고, 다른 녀석들은 감히 우릴 건드리지 못해.”라며 흰 고양이를 회색 고양이 방향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대장 녀석이 흰 고양이 볼을 비비려고 하는 순간, 흰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얼굴을 할퀴었다. 그러자 대장 녀석은 싸늘한 눈빛으로 흰 고양이의 목덜미를 조였다. 나는 순간 공중으로 몸을 날려 그 녀석의 머리를 물었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대장 녀석도 긴 앞발로 내 몸통을 훅 치고 들어왔다. 나는 거센 앞발질에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어느 놈이야. 감히 나에게 대들어.” 고개를 휙 돌려 쳐다보더니

“오늘 마지막인 줄 알아!”라며 씩씩댄다.

“절대 너에게 당하지 않아. 예전에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자, 그제야 대장 녀석은 기억 저편에서 외마디 소리도 지르지 못하던 나의 모습을 끄집어 낸다.

“잠깐, 그때 나한테 얻어맞고 줄행랑친 녀석이네.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어디서 이상한 용기만 얻어먹고 왔는지.”


서로 빈틈을 엿보다가 대장 녀석이 앞발로 내 목덜미를 잡으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내 뒷발로 몸을 젖혀 배 부분을 가격했다. 순간 녀석은 내 타격에 흔들거리더니 쓰러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목덜미를 잽싸게 물자, 그 녀석의 뒷발이 내 머리를 쳤다. 난 있는 힘을 다해 목덜미를 물었다. 잠시 후 녀석의 목덜미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의 뒷발질이 약해졌다. 옆에 있던 녀석들은 대장 목덜미에서 피가 연신 나오자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더니 가버렸다. 대장 녀석은 가쁜 숨만 연신 몰아쉬었다. 난 녀석의 목덜미를 놓아 주었다. 그리고 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엘레나가 내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핥아 주었다.


엘레나는 내가 들려준 세상은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는데, 실제 나와보니 힘든 곳임을 알게 되었다. 평생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살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주인이 이혼하는 바람에 엘레나도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엘레나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도 골목길을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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