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그림책 작가들이 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가 이수지 작가인데, 그녀의 작품 '파도야 놀자'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 14개국에서 출판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은 각 세계에서 출판되는 어린이 책들 중 엄선되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 총책임자 조차도 모든 지인에게 선물해주는 책으로 이 책을 꼽는다고 한다.
이 그림책을 펼치면, 어른들은 낯설다. 말이 없다. 어떤 글도 없어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을 보아야 한다. 여백은 전적으로 나의 몫인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하얀 백지가 주어진 것처럼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뭔가를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새롭다.
1. 파도는 무엇일까?
꼬마 아이가 거대한 파도를 만난다. 처음 만난 파도는 무섭고 다루기 힘들다. 하지만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 속에서 파도와 장난을 치는 단계에 이른다. 파도는 아이에게 소라, 조개껍데기 불가사리 등 파도가 품고 있는 장난감을 아이에게 선물한다. 아이는 그걸로 색다른 놀이를 한다.
어른에게 파도는 무엇일까?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생각의 소용돌이로 보인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모르고 겁내지만, 곧 그 감정과 생각을 거부하지고 인정하면 이내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가 파도랑 친해지면서,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하 듯, 어른도 어디선가 몰려오는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파도의 출렁임은 내 안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가 파도를 처음 보고 겁먹었을 때, 파도는 거세고 사납게 보인다. 하지만 혀를 내밀고 '메롱'하면서, 장난을 치면 파도는 성난 것처럼 아이를 덮쳐 위험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니 파도는 놀잇감을 제공해주었다. 어쩜 내 안의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위축되지 않고 나에게 온 장난감처럼 그렇게 놀아본다면, 그 문제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아이의 표정과 대하는 태도에 따라 파도의 출렁임도 달라진다. 서로 마주 보는 거울처럼 그렇게 반응한다.
3. 보이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이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파도의 출렁이는 소리, 갈매기 소리 등이 들린다. 그건 내가 갖고 있는 경험에서 나오는 소리라서, 읽는 독자마다 달라질 것이다.
말이 없기에 침묵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묘이다. 이 그림책은 뭔가를 해석하고 처리하는 에너지를 잠시 쉬고 내 안에서 들리고 보이는 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뇌가 쉬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