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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un 30. 2021

“절망의 외침이 희망의 노래가 될 수 있도록”

- 그래도 꿈을 꾼다.-


“절망의 외침이 희망의 노래가 될 수 있도록”


알람이 울린다. 혼자 울리는 게 서러운지 갈수록 외치는 소리가 커진다. 몸을 일으키고 세수를 하다 얼굴을 쳐다본다. 싱그럽게 웃고, 초롱초롱한 눈매가 아니라, 주름과 기미가 덮여가는 중년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자신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거울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자신을 칭찬해주기도 했는데, 거울 앞에서 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본 적이 없다.


가끔 꿈을 꾼다. 벽에 걸린 시계가 5분을 남기면, 어디선가 “5분 후에 시험지를 걷을 예정이니, 마무리하세요”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린다. 그러면 땀을 흘리면서 손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아마 30여 년 전 대학 입학시험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점수에 맞추어 간 것이 평생 후회가 되는 것 같다. ‘그날 구토만 하지 않았어도……, 미리 내 꿈에 대해 생각해 놓을 것을,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정보를 얻어 놓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결정한 선택에 대해 결과도 책임져야 함에도, 어쩔 수 없이 흘러가게 하는 태풍 같은 불운을 핑계 삼아 자신의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비난하고 싶지 않은 거 같다. 지금 내 위치에서 부는 바람과 햇살만으로 충분히 자랄 수 있는 나무임을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하면서도 30년 전쯤 돌아갈 수 있는 샘물이라도 있으면 찾아가고 싶다. 아니 내 목소리를 주고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함께 하고 있다. 가끔 길을 가다가 기묘한 어르신을 만나, 헐값으로 산 골동품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본 적 있다. 그러면 30년 전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들이 환영처럼 펼쳐진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사회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단시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과외만 생각하고 다른 경험을 쌓지 못하여 사회 흐름이나 정보에 민감하지 못함을 만회하라고 하고 싶다. 노동을 통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며, 부당한 현실에서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키우길 희망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특히 이성 교제는 다양하고 폭넓게 하라고 하고 싶다. 사람과의 만남을 주저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세계는 단편적이었으며, 무채색에 가까웠다. 사람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색깔의 무늬로 삶을 풍성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지나고 보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책을 통해 만나지 못하는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경험과 지혜가 고스란히 나에게로 옮겨 올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남들의 시선과 잣대 등 평가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남들에게 지적받고 비난을 받기보다는 그들의 칭찬과 평가에 신경을 쓰며,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고 감정표출을 자제해 왔다. 입는 거, 먹는 거, 말하는 거 또한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정작 나의 본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니 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선택을 해도 확신이 들지 않고 늘 불안했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물 좋은 곳만 찾아다니며, 자격증을 따고, 강좌를 듣곤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본기였다.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친절함을 갖추도록 인성을 연마하는 것이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었다. 이를 충실하게 쌓은 사람은 저절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을 보았다. 시대 흐름만 따라가는 사람은 또 실망하고 다른 것을 찾게 된다. 자기에 대한 확신은 꾸준함에서 오는 것임을 뼈저리게 안 것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다. 꾸준함은 기본기가 갖추어졌을 때만이 빛을 발휘하는 덕목이었다. 지금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전문성은 30여 년 전부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되어 있어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늦었다고 할 때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 이미 늦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지식을 갖추고 투자를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교과서에서도 배우지 못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경제와 부에 대한 관념이었다. 교실 밖에서 살아있는 경제전문가들에게 읍소해서라도 배워야 했다. 아니 경제신문이라도 구독하고 모르는 부분은 알아가는 정성이 있어야 했다. 살아보니 ‘돈’이 ‘재능’이고 ‘중요한 자산’이었다. 돈을 벌고 있지만, 남에게 소속되어 받는 경제적 가치가 다인 줄 알았다. 돈은 고정된 숫자로 표시된 가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형의 가치를 끌어내는 사람은 그 숫자를 놀랍게도 부풀리는 마법을 알고 있었다. 그 마법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설레기도 하고,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는 토대가 있었다. 그건 젊었을 때부터 하면 좋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운동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힘이 있어,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 몸의 근력이 정신력의 근력이고, 배려의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젊었을 때부터 몸을 가꾼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의 에너지를 크게 사용한다. 하지만 게을리 한 사람들은 비축된 에너지가 부족하기에, 병원 다니며, 치료를 통해 보충하고 약을 먹어가며 지탱한다. 이런 어리석음의 반복을 끝내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독서를 한 후 질문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문자답을 통해 얻은 성찰을 기록하라고 하고 싶다. 요즘 글쓰기가 열풍이다. 책을 읽기보다는 쓰기가 더 뜨겁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지금도 실천하는 덕목이 독서였다. 다른 사람들의 통찰력과 지혜를 배우고, 이를 자신에게 접목했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긴 후 다른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건 사람들과 소통하는 첫걸음이고 배려이기도 하다. 매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지만, 한 번도 진심을 전하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이는 경험으로 축적되어야 나타나는 것이기에 젊었을 때부터 습관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진정 나열한 모든 것들이 도서관에 앉아 무작정 공부를 하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다.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잣대도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게 아님을 알게 해주고 싶다. 가슴을 열고 재미있게 살라고 하고 싶다. 그것이 자신의 영성을 풍부하게 하고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젊은 날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곱씹다 보면 지금의 나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을 20년 후의 노년이 생각난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라도 30년 전에 들려줄 이야기를 지금 나에게 들려주면서 작은 거라도 실천하고자 한다. 나의 노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주고, 울림이 되어 큰 메아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저물어가는 노을은 다양한 햇살의 빛깔을 모아서 채웠다가 아낌없이 내어주기에 찬란한 것이다. 그 노을이 주는 쉼표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나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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