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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켓 ‘아름이’ 탄생으로 본 캐릭터 마케팅 사례

[그래픽=이혜원 기자]

산업재 쇼핑몰 아이마켓에는 멜빵바지를 입은 귀여운 소녀 캐릭터가 있다. 이른바 ‘공대 아름이’다. 아이마켓 홈페이지에서 가끔씩 보이던 아름이가 최근에는 아이마켓 PB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문득 이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져 아름이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만나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아름이의 역사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범 3년째를 맞은 아이마켓사업부는 아이마켓 브랜드를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된 가운데 캐릭터를 제작해보면 어떻겠냐는 안이 나왔다. ‘산업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보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캐릭터 디자인은 크리에이티브팀 전홍식 팀장(현 인터파크큐브릿지 사업부장)이 맡았다. 아이마켓 로고를 디자인했던 그에게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내려진 셈이었다. 캐릭터 디자인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캐릭터는 브랜드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고객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어야 했다.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범용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아이마켓 캐릭터 '아름이'의 스케치 과정. 왼쪽이 연필 습작, 오른쪽은 스캔 후 디지털 작업을 거친 모습이다. ⓒ 산업정보포털 i-DB


초기 스케치를 보면 아름이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소녀였다. 작은 소녀가 커다란 박스를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귀엽다는 반응들이 쏟아졌지만 산업재 느낌이 조금 더 강했으면 좋겠다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면서 등장한 또 다른 캐릭터는 ‘아이걸(i-girl)’이다. 슈퍼우먼 망토를 두르고 한 손엔 공구를 들고 있다. 이 캐릭터도 반응이 좋았지만 웹툰 등 스토리와 함께 구현해야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조금씩 수정과 보완을 거쳐 멜빵바지 작업복을 입은 지금의 아름이가 탄생했다.


아름이의 특징은 외유내강이다.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속은 단단하고 강한 소녀다. 그러면서도 산업재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다. 전동드릴을 사용하는데 거침이 없다. 사실 처음부터 이름이 아름이였던 건 아니다. 전홍식 팀장은 ‘아이걸’, ‘엠알오걸’ 등을 구상했었지만 직원들은 알음알음 ‘공대 아름이’라고 불렀다. 공대 아름이란 2009년 한 통신사 광고에 등장했던 인물로, 공대에는 여학생이 적어 귀한 대접을 받는 존재로 그려졌다. 물론 아이마켓의 아름이는 그런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집안의 형광등쯤은 쉽게 교체하고, 전동드릴 사용에도 거침이 없는 ‘걸 크러쉬’다.


아름이의 인기가 높아지자 내부에서는 변형 버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모티콘처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웃는 모습, 화내는 모습 등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5개 버전의 아름이가 탄생했다.


아이마켓은 기본형 캐릭터를 개발한 뒤 여러 버전을 만들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 산업정보포털 i-DB

캐릭터 만들기에 열 올리는 기업들…왜?

캐릭터의 힘은 강렬하다. 회사 이름이나 제품명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지화된 캐릭터는 단번에 기억한다. 품목이 전문적이라 체감하기 어렵거나,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면 캐릭터 마케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1898년 탄생한 미쉐린타이어의 ‘비벤덤’은 브랜드 캐릭터의 시조로 불린다. 타이어를 가로로 쌓아놓은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100년 이상 생존 중이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의 화장지 브랜드 ‘뽀삐’가 원조 격으로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1974년 뽀삐의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등을 적은 ‘뽀삐의 출생신고서’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지방전문병원 365mc의 캐릭터 ‘지방이’는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지방흡입수술에 대한 인식을 친근하게 바꿔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아이마켓은 2016년 개발한 브랜드 캐릭터 '아름이'를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 산업정보포털 i-DB

 아이마켓의 ‘아름이’ 캐릭터에 주목하게 되는 건 산업재 부문에서는 흔치 않은 마케팅 시도이기 때문이다. 기업간 거래가 중심인 산업재 시장에서는 이러한 마케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마켓은 전문성을 앞세우면서도 브랜드 캐릭터를 개발하고 라디오광고를 진행하는 등 소비재형 브랜드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는 DIY 시장 확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고 이케아 등 저렴한 홈퍼니싱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가구 조립, 페인트칠, 조명 교체 정도는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시에 공구나 건축자재를 다루는 이들의 범위도 넓어지는 중이다. 공구의 이미지가 과거에는 제품이 빼곡한 철물점에 남성 고객으로 연상됐다면, 이제 집을 꾸미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아이마켓 캐릭터 속 아름이처럼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캐릭터 제작을 고민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한 번 만들고 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브랜드 전략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대안으로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유명 캐릭터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법도 있다. 캐릭터 창작 비용을 절감하고 단기간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캐릭터는 이미 광고시장에서 빅 모델이라 주목도는 높지만 모델을 통한 브랜드 연상도는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글 │이혜원 기자(won@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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